하지만 임철호 원장 측근들은 해당 사안을 임 원장 개인적 문제를 떠나 ‘누리호’로 대표되는 발사체 분야와 민간 주도 우주 개발을 희망하는 다른 분야와의 마찰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민간 주도 우주혁명(New Space)을 추구함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 발사체 조직에 변화를 모색해 온 임철호 원장 측과 조광래 전 원장으로 대표되는 기존 발사체 연구 조직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현 사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행법상 발사체 관련 지침과 본부 운영이 본 취지와 달리 작용하면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발사체·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대립구도를 키웠으며, 관련 법률을 조속히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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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은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과학기술기본법의 적용을 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과 함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이 해당 사업에 적용된다.
문제가 된 부분은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이다. 해당 지침은 지난 2010년 6월,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이후, 2011년 7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 운영을 위해 제정됐다. 독립사업단을 운영해 사업단장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현재까지 총 6차례 개정되면서 독립 사업단 체제를 폐지하고,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로 명칭을 바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부 조직으로 개편됐다.
정부 사업 관련 연구원이나 원장의 간섭에서 독립적으로 지침을 제정해 사업단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25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이 참여하고,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업에 이 같은 지침이 존재함에 따라 연구원 경영을 제한하고 내부 분열을 야기한 셈이다.
앞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5월 한 법무법인에게 ‘국가연구개발사업 주관 연구기관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운영관리지침상 원장의 발사체사업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제한적이며, 내년 2차례 발사할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설령 실패하더라도 원장의 책임은 없다는 법적 해석도 받았다.
항우연 내부 변화 공감했지만, 혁신 못 이뤄
민간 우주개발 시대 도래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일각에서는 내부 조직 변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동안 발사체 조직은 기관이 통제 불가했으나, 기관 미래 위험이 커져 개혁과 인적쇄신 필요가 커졌고, 최근 30년간 단일거대사업 수행체제가 반복되며 외부변화나 전략적 위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선임급 간담회 등에서도 상당수 연구자들이 조직 변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내부 차원에서 메트릭스 조직체계 전면 도입, 우수연구원 활용 방안 정립, 팀제 운영, 상호 소통하는 조직문화 정착 등이 추진됐지만 과기부 국장 교체와 변화 우려, 발사체본부 반발 등으로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임철호 원장은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은 연구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원장은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관리하고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현 체제하에서 원장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특히 운영관리지침은 과기부가 연구원을 대표하는 원장이나 항우연 기관의 말보다 발사체 본부의 말을 신뢰하며, 원장이 조직개편이나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게 만드는 근거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과기부 “발사체사업본부 독립적 권한…발사성공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대해 한국형발사체 사업 성공을 위해 기관장에 휘둘리지 않는 리더십과 자율성을 확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형발사체 사업을 이끌기 위한 지원 정책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한국형발사체는 국가 우주개발에 핵심이기 때문에 원장에게 휘둘리지 않는 전권을 부여해야 하며, 원장 책임 소지 관련해서도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책임에 대한 국민·사회적 암묵적 합의에 따라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항공우주분야는 위성, 발사체, 항공 등 다양한 분야별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국민적 관심인 한국형발사체 성공이 우선시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기관장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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