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본사. SPC 계열 SPL 경기 평택공장 직원 사망사건과 관련,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자리에 모인 수십여명의 취재진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곳곳에서 “질의응답도 안 받고 하고 싶은 말만 할 거면 서면으로 대체하지, 뭐하러 당일 아침에 불러서 기자회견을 하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취재진뿐만 아니라 이날 현장에 시위를 나온 시민단체연대도 “질문도 받지 않는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국민을 두 번 속이는 기만행위”라고 언성을 높이며 사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SPC가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해 긴급 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질의응답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빈축을 사고 있다. 형식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한 ‘협조’였지만 사실상 민감한 질문은 원천 차단하겠다는 ‘통보’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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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인명 사고와 관련해 SPC의 대처가 과연 ‘진정성’이 있었느냐에 대한 지적이 따른다. 사업장에서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산업재해가 발생했지만 늑장 사과와 미숙한 후속조치로 비판이 쏟아지며 급기야 SPC 전 브랜드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나서도 이러한 ‘반쪽짜리’ 후속 대처를 보였기 때문이다.
허 회장의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는 말이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는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아픈 지적과 때론 질타를 받더라도,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와 진솔한 대화가 이어질 때 비로소 그 진심이 전달된다.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보듬어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깝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날 허 회장의 사과문 중 유독 눈에 밟히는 대목이다. 유가족과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슬픔을 헤아리고 보듬어 줄 수 있도록 SPC는 지금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답은 자신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