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에서 노점 상인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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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세금을 내지 않는 노점상에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던 ‘노점상 소득안정지원자금’이 결국 문턱을 낮춘다. 지난 4월 사업 공고 이후 실제 집행률이 1%도 안 될 만큼 극도로 저조한데다, 사업자등록 자체를 꺼리는 노점상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중기부는 노점상 재난지원금 지급 요건인 ‘사업자등록’을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사업변경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중기부와 예산당국은 지난 4월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통해 사업자등록을 한 전국 노점상 4만 곳에 50만원씩 지급하기로 하고, 총 200억원 예산을 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는 수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노점상은 제외돼 사회공동체적 차원에서 피해를 폭넓게 지원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노점상 재난지원금은 첫 사업 설계부터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지원금 지급 조건으로 내건 사업자등록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먼저 노점상들은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자등록으로 소득이 확인되면 수급이 줄어들거나 박탈될 경우가 생긴다. 또 실명ㆍ전화번호ㆍ금융정보 등을 넘기면서 추후 벌금ㆍ과태료 등 부과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즉, 노점상 입장에서는 50만원을 받기 위해 감수해야 할 위험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이 같은 우려는 저조한 집행률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지원금을 신청한 노점상은 지난 9일 기준 총 861곳으로, 정부가 파악한 전국 노점상 4만7865곳의 1.8%에 불과했다. 실제 집행 금액은 1억8000만원으로 1%도 미치지 못했다.
|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22일 서울 광진구 소재의 자양전통시장을 방문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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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집행률이 저조하자 중기부는 최근 국회에 노점상 재난지원금 사업자등록 요건 폐지를 건의했다. 강성천 중기부 차관은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결소위에 출석해 “(노점상 재난지원금 대상은) 도로점용 허가를 받았다거나, 상인회에 소속돼 전통시장에서 (영업을) 하면서 사실상 관리되고 있다”며 “사업자등록 요건을 폐지해서 (지원금을) 준다고 해도, 지속적인 사후관리나 양성화 정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여야 의원들을 설득했다.
논의 끝에 산자중기위는 2차 추경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심사결과에 ‘중기부는 생업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노점상 지원 시 사업자등록 요건 완화 등을 통해 집행률 제고에 노력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중기부가 노점상 재난지원금 사업을 변경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이에 중기부는 애초 지원금 대상이었던 전통시장 내 노점상과 도로법·식품위생법에 저촉되지 않는 노점상, 지자체 관리 노점상 등에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사업변경을 검토 중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업자등록 요건을 풀어야 실제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요건 자체를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국회에서도 부대의견을 냈기 때문에, 요건 변경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