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품귀, 내년에도 지속…해결까지 수년 걸릴것"

전문가들 "일시적 수급 불균형서 구조적 문제로 변모"
팬데믹 초기 판매부진 우려에 車반도체 주문 줄여
반도체 업체들, PC·스마트폰 등 다른 생산체제로 전환
車반도체 이익 많지 않아 설비 재전환·증설에 소극적
  • 등록 2021-10-01 오전 11:24:26

    수정 2021-10-01 오전 11:26:19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전세계 자동차 업계를 강타한 반도체 부족 사태와 관련, 자동차 제조업체 경영진들이 내년엔 정상화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업계 전문가들 및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일시적’ 병목현상, 즉 수급 불균형으로 출발했으나, 이젠 자동차·반도체 업계 공급망의 ‘구조적’ 문제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완전한 위기 극복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팬데믹 초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판매 둔화를 우려해 반도체 주문을 취소했다. 이에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수요가 급증하던 게임기, 컴퓨터, 스마트폰용 반도체 등의 생산으로 체제를 전환했다.

봉쇄조치가 끝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자동차 구매 수요가 폭증,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다시 반도체 주문을 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생산 체제를 전환한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이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우선 자동차 이외 반도체 수요가 공급이 따라가기 힘든 실정이다. 미국 등 각국 정부 압박에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다시 늘리려고 해도 생산체제를 전환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공장 증설 등 설비 확대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현재 생산되고 있는 자동차 한 대에 점화 장치부터 제동 장치에 이르기까지 1000개가 넘는 반도체가 필요한데,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들이 대다수여서 이익이 크지 않다.

이와 관련, WSJ은 자동차 생산에 있어 마이크로컨트롤러(MCU)라는 구형 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글로벌 공급망 회복을 더디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MCU는 내연기관차의 핵심 부품으로 엔진, 에어백, 기타 차량 기능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고급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MCU의 장기 수요 전망은 밝지 않다. 수년째 추가적인 MCU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에선 되레 MCU 관련 설비를 줄여가는 추세다.

이처럼 수급 불균형이 단순한 주문과 생산 불일치가 아닌, 각 업계 간 이해관계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변질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품귀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결론이다.

이외에도 자동차용 반도체 공장이 몰려 있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델타변이 확산, 세계 최대 자동차 반도체 업체 중 하나인 일본 르네사스 반도체 공장 화재, 미국과 유럽의 자연재해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사태 등도 문제 해결을 늦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향후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실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3분기 미국 판매를 공개하는 1일, 반도체 공급난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징후가 드러날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알릭스 파트너스는 올해 자동차 업체들의 매출 손실 규모가 2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5월 예상치의 2배 수준이다.

IHS마킷은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자동차 생산량이 기존 목표대비 1060만대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내년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 전망치도 이전 전망치보다 약 850만대 줄어든 8260만대로 하향조정했다. IHS마킷의 필 암스루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여파로 반도체 후공정의 리드타임이 9개월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지난 수개월 동안 자동차 제조업체 경영진들은 내년엔 반도체 수급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놨지만, 업계 전문가 및 애널리스트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들 역시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깨닫고 내년 전망을 낮춰 잡거나 생산 계획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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