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TDF로…영리하게 고르는 방법은?

[돈이 보이는 창]
국내 라이프사이클펀드 설정액, 연초 이후 3조원 유입
은퇴시점·투자성향 따라 운용사별 '글라이드패스' 살펴야
'적격 TDF' 여부·과거 수익률·총보수·환 헤지도 주목
  • 등록 2021-10-31 오후 9:20:52

    수정 2021-10-31 오후 9:55:33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국내 타깃 데이트 펀드(TDF·Target Date Fund) 시장이 쑥쑥 크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TDF를 선택하려면 투자성향을 감안해 수익률, 변동성, 총보수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따른다. 특히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의 운용사별 모델을 보고 자신의 적립금이 어떻게 운용될지 예측해볼 수도 있다.

쏟아지는 TDF…자신의 은퇴시점·투자성향부터

3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9일 기준 TDF 등 국내 라이프사이클펀드는 170개로 순자산은 10조8895억원을 기록했다. 설정액은 올 들어 3조480억원이 유입됐고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TDF로의 연금자금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운용사들도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올 들어선 신영자산운용과 IBK자산운용 등이 첫 TDF 상품을 선보이는 등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많은 TDF들 중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예상 은퇴 연령, 즉 목표 시점을 정하고 상품명에 통상 붙는 2030, 2040과 같은 숫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목표로 하는 은퇴 시점을 의미한다. 예컨대 60세에 은퇴할 계획이 있는 1975년 직장인이 있다면, 목표 시점은 1975에 60을 더한 ‘2035’가 된다.

예상 은퇴 연령과 함께 투자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TDF는 투자자 생애 주기에 맞춰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자산 배분 비중을 자동 조절해 준다. 만약 은퇴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높은 수익을 위해 변동성을 감수하려는 투자 성향이라면 주식 비중이 높은 상품을 고를 수 있다.

TDF 명칭 뒤에 붙어 있는 4자리 숫자인 ‘빈티지’를 통해 편입된 주식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빈티지가 높다면 은퇴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의미며 주식 비중이 높다. 은퇴 기간이 다가올수록 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고 채권 등 안전 자산을 늘리게 된다.

‘TDF의 엔진’ 글라이드 패스, 운용사별로 확인해야

이때 은퇴시점까지 주식과 채권 비중 추이가 변화하는 그래프가 비행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를 ‘글라이드 패스’(생애 자산 배분 곡선)라고 부른다. 이는 ‘TDF의 엔진’ 격으로 운용사마다 각 모델이 다르다.

TDF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적자위험과 손실회복 기간을 고려해 설계한 게 특징이다. 주로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연금을 투자해오는 등 ‘손실’에 민감한 국내 투자자의 성향을 고려해, 은퇴시점 적자위험이 5% 이내로 통제될 수 있도록 했다.

미래에셋운용 TDF 운용 담당자는 “To 방식의 글라이드패스로 목표시점까지만 위험자산 비중이 떨어지고 그 이후에는 일정하게 유지된다”며 “목표시점 이후 적립금을 보존하는 안정적인 방식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라이드 패스는 시장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운용사들은 장기적인 물가 상승률, 연령대별 평균 수명, 평균 저축률 등을 반영해 개선한다. 삼성자산운용은 다각적 시장 조사를 거쳐 코로나19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과 친해지고 위험자산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판단해 올 들어 모든 빈티지에서 주식 투자비중을 확대했다.

전용우 삼성자산운용 연금마케팅팀 팀장은 “삼성의 ‘글라이드 패스 위드인 글라이드 패스’는 예로 동일한 주식 자산 안에서 젊을 때는 성장주 비중을 높게 하다가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배당주를 높이고, 채권도 국채, 회사채 등 종류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액티브형 vs 패시브형, 시황·수익률·총보수 따져봐야

TDF는 액티브형과 패시브형으로도 나뉜다. TDF는 글라이브 패스 자산 투자 관련 펀드 매니저가 적극 개입하기 때문에 액티브 펀드지만 △인덱스 펀드, 인덱스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된 패시브 TDF △액티브 펀드로 구성된 액티브 TDF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최근처럼 금리 인상 등에 증시 변동성이 높을 때는 시장을 그대로 쫓는 패시브형보다 펀드 매니저가 적극 개입하는 액티브형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액티브형의 경우 운용에 따른 보수비용이 높은 편이다.

전 팀장은 “증시가 좋을 때엔 패시브 TDF가 좋은 성과를 보이겠지만 올해처럼 금리,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나오는 상황에는 자산 배분 종목 선택이 필요해 전문적으로 운용해주는 액티브 펀드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수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TDF는 연금으로 장기투자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총보수가 더 낮을 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펀드에 숨어있는 비용을 더한 ‘총보수비용’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설명서 내에 4대 총보수(운용보수·판매보수·신탁보수·사무관리보수) 외 펀드에서 발생되는 기타비용과 재간접 유형일 경우 발생하는 피투자집합투자기구 보수를 합산한 게 ‘총보수비용’이다.

미래에셋운용 TDF 운용 담당자는 “패시브 TDF 대비 액티브 TDF의 총보수비용이 높다 하더라도 그 차이를 상쇄할 만큼의 장기수익률을 보여준다면 총보수만을 보고 TDF 선택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며 “총보수비용이 다 차감된 수익률을 나타내는 클래스별 3년 이상의 장기수익률로 비교한다면 참고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적격 TDF’ 충족 여부·수익률 변동성·환 헤지도 살펴야

이 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수익률뿐 아니라 수익률 변동성도 확인해야 할 요소로 꼽았다. 표준 편차를 통해 펀드 수익률이 해당 펀드 평균 수익률에서 얼마나 벗어나면서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라면 글라이드 패스가 ‘적격 TDF’ 요건을 충족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TDF 중에서 운용 기간 내내 주식 비중이 80%를 넘지 않고, 목표 시점 이후 주식 비중이 40%를 넘지 않으면 적격 TDF로 분류한다. 충족 시 가입자는 적격 TDF 하나를 골라 퇴직연금 적립금을 투자할 수 있지만, 충족하지 못할 시 위험 자산으로 분류돼 DC형 적립금의 70%까지만 투자 가능하다.

환율 변동 위험에 대응할 수도 있다. TDF는 이름 끝에 [H] 또는 [UH] 약자가 있는데, 전자는 환 헤지를 한다는 것이고 후자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환율은 매크로 요소와 투자 자산 종류와 기간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져 판단하기 쉽지 않은 만큼 펀드가 스스로 헤지 비율을 조정해 주는 TDF도 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TDF는 개인이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 운용하고자 한다면 단점이 될 수 있다”며 “위험대비 수익률이 높은 펀드가 효율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 특정 펀드가 위험자산에 투자해 얻은 초과 수익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샤프지수 등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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