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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33.01엔을 기록, 2002년 4월 이후 2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엔·유로 환율 역시 장중 141엔을 넘어서면서 2015년 5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스위스 중앙은행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고 난 뒤 빌린 엔화를 다시 갚는 매매 기법이다. 앞으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그만큼 더 싸게 갚을 수 있다. 반대로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손실을 입는다.
일반적으로 캐리 트레이드엔 저금리, 그리고 변동성이 안정적인 통화가 선호된다. 미국과 각국의 3개월 금리차를 각 통화의 예상 환율 변동률로 나눈 ‘캐리 리스크 비율’을 보면 엔화의 매력도는 유로, 스위스 프랑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달 7월에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며 3분기 말까지 마이너스 금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금융·통화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시사했다.
이들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날 경우 미국과 장기금리 격차가 가장 큰 나라는 일본이 된다. 일본은 단기금리를 -0.1%, 장기금리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국채 무제한 매입을 통해 0%로 유도하는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6일 “일본의 임금 인상률이 낮아 경제 회복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엔화 약세는 긍정적 요인이며 통화 긴축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금리·금융완화 정책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엔캐리 트레이드 수요는 아직까진 해외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따르면 투기세력(비상업부문)이 달러화 전환을 위해 엔화를 순매도한 규모는 1조 1800억엔(약 11조 14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2007년(2조 3500억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향후 매도 포지션이 더 쌓일 여지가 충분하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아울러 엔캐리 트레이드 수요가 해외에만 있는 게 아니다. 2007년에는 일명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 가정주부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아 호주와 뉴질랜드 등 고금리 통화를 사들이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 외환 트레이더는 “일본의 무역수지 악화와 미국과의 장기금리 격차가 여전히 엔화 매도 재료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엔캐리 트레이드의 부활이 추가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1달러당 140엔도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