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향후 10년 이상 혼자 살 것 같다”는 1인 가구가 전체의 40%에 육박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1년 전보다 3%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예상보다 빠른 1인 가구 증가세와 궤를 같이 하는 결과다. 특히 여성의 경우 40대 이상부터 나홀로 살겠다는 기간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날로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은퇴 준비는 정작 소홀했다. 20% 남짓만이 은퇴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은퇴 이후를 위해 예상되는 필요액의 60%도 채 안 되는 금액만 투자·저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여성 70% “10년 이상 혼자 살듯”
KB금융은 올해 4월 서울 및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세종시에 거주하는 만 25~59세 1인 가구 고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와 통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9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23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1인 가구 증가세가 예상보다 빠름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약 562만 가구였다. 장래가구추계에 따른 기존 예상치(556만가구)를 넘어섰다. 정인 KB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혼율 상승 등 나홀로 사는 사회적 요인들의 영향이 당초 전망보다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혼자 살겠다는 응답은 40대 이상 여성이 높았다. “10년 이상 혼자 살 듯하다”는 50대 여성은 69.8%에 달했다. 40대 여성(57.7%)도 60%에 가까웠다. 비슷한 연배의 남성(50대 51.6%, 40대 45.8%)보다 높은 수치다.
나홀로 사는 장점으로는 “자유로운 생활과 의사결정”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설문조사상 1순위와 2순위를 합쳐 82.5% 비중이 나왔다. “혼자만의 여가시간 활용”(73.4%) 응답도 높았다. “직장과 학업에 몰입 가능”(14.7%), “가족 부양 부담 없음”(13.8%) 등의 의견도 나왔다.
◇큰 걱정 ‘경제’…20% 남짓만 은퇴준비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1인 생활의 걱정거리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의 걱정과 미래의 우려 모두 “경제활동 지속력”이 꼽혔다. 그 비중은 현재와 미래 각각 47.6%, 58.8%로 나왔다. 특히 여성은 20대~50대 모두 ‘경제’를 1순위 불안으로 꼽았다. 30대 이후 남성이 ‘외로움’을 최우선 언급(20대 남성 1순위는 경제)한 것과는 다소 다른 결과다.
정인 연구위원은 “1인 가구의 경제적 우려에 대한 우선순위가 매우 높음에도 주택자금 마련을 제외한 대부분 항목에서 주변의 직접적인 도움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은퇴 예상시점의 경우 61.3세로 조사됐다. 지난해 설문조사(64.9세) 때보다 3.6세 이른 시점이다. 1년사이 더 빨리 은퇴할 것으로 내다보는 1인 가구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남성의 경우 “61세 이후” 응답이 많았다. 다만 여성은 58세 중 은퇴할 것이라는 답변이 높았다.
1인 가구의 금융자산은 예·적금이 약 60%, 입출금(MMF 포함)이 약 16%를 각각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의 투자자산(펀드·신탁·주식·보험) 보유 비중이 가장 높았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조사연구를 통해 1인 가구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세밀하게 파악해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