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주식 16조원어치 공모 계획 발표

내달 2일부터 15억 4500만주 공모 시작
주당 26.70~29.00 사우디 리얄…총 115억달러 규모
美증시 호조 등 투자심리 개선에 자금 조달 나서
'비전2030' 대규모 프로젝트 투입 용도
  • 등록 2024-05-31 오전 9:23:22

    수정 2024-05-31 오전 9:23:2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국책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식 약 16조원어치를 매각할 예정이다.

(사진=AFP)


3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날 아람코의 주식 15억 4500만주에 대해 다음달 2일부터 공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가는 주당 26.70~29.00 사우디 리얄(약 9800~1만 650원)로 정해졌다. 중간값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15억달러(약 15조 8300억원) 규모다. 사우디 타다울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 주식 매각이다.

사우디는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현재 진행 중인 미래형 생태도시 ‘네옴시티’ 건설, 글로벌 항공사 출범, 전기자동차 제조 허브 구축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6년 미래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해 석유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다각화하겠다며 발표한 ‘비전 2030’ 개혁안에 따라 추진됐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및 탈탄소화가 진행되면서 시장에선 기존 석유·가스 대기업의 장기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 역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가스와 수소에 주력해 생산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람코는 올해 1월 원유 생산 능력을 하루평균 1200만배럴에서 1300만배럴로 늘리려는 기존 계획을 중단하기도 했다.

사우디가 아람코 주식 매각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현재 정부 재정이 아람코의 배당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아람코의 배당수익률은 6.6%로 글로벌 석유 공룡 셰브론(4.2%), 엑손모빌(3.3%)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아람코는 지난해 4분기 기본 배당금을 203억달러로, 성과 연계 배당금을 108억달러로 각각 늘렸지만, 현재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 자금을 충당하기엔 현저히 부족하다. 네옴시티 건설 자금만 5000억달러(약 688조 6000억원)로 추산된다. 정부 재정 역시 2026년까지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투자심리가 호조세를 보이자 본격적인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사우디는 과거에도 아람코 지분을 매각한 바 있으며, 2019년엔 세계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통해 294억달러(약 40조 4700억원)를 모금했다. 올해 초엔 120억달러(약 16조 5300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에도 당초 최대 500억달러 규모 주식 매각을 목표로 삼았으나, 사우디 타다울 증시 규모가 작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람코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으로 사우디 정부가 지분 82%를,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1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비전 2030 자금 조달을 위해 공공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 9000억달러로, IPO 때와 비교하면 2000억달러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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