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과 청소년들이 감사의 뜻 담아 만드는 한국전 참전국 유니폼

내달 6일 의정부서 'UNiform Runway' 열려
정전70주년 기념 참전국 군복 제작 '패션쇼'
세계최고 디자이너 이상봉 재능기부로 참여
의정부청소년·패션전공대학생 45명 힘보태
이상봉 "우리 국민들의 감사한 마음 전해야"
  • 등록 2023-05-29 오후 1:34:18

    수정 2023-05-29 오후 1:34:18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이상봉과 의정부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모인 패션 전공 대학생들의 관계가 여간 편해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 디자이너에게 능청스럽게 농담을 걸기도 하지만 그가 작업중인 의상에 대한 의견을 줄 때 만큼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눈과 귀를 활짝 열어 집중한다.

지난 3월부터 매 주말마다 서울 양재동에 소재한 국제패션디자인전문학교에서는 디자이너 이상봉과 패션 전공 대학생들이 뜻깊은 패션쇼를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이 진행중이다.

패션쇼는 부(部) 승격을 앞둔 국가보훈처와 경기 의정부시 산하 의정부시청소년재단이 공동으로 정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UNiform Runway’.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기 위한 현충일인 내달 6일 열리는 패션쇼에서는 6·25 전쟁에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참전한 16개 국가의 당시 군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의상을 제작하고 해외 참전 용사의 후손들과 청소년들이 옷을 입고 직접 무대에 선다.

의정부시청소년재단은 6·25 전쟁이라는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일념으로 참전한 국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그 마음을 국민들과 공유한다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재단의 참여 제안을 수락한 이상봉 디자이너는 패션을 전공하는 대학생 19명이 쇼에서 선보일 의상을 제작하는 전 과정을 지도하는 것은 물론 26명의 의정부 청소년들이 담당하고 있는 무대 구성과 행사 진행까지 모든 부분을 총괄하고 있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이번 프로젝트 참여는 그의 재능기부로 이뤄져 의미를 더한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 도와준 국가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여기에 청소년들의 뜻깊은 마음까지 더해졌으니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군복 제작을 맡은 김형준 학생이 이상봉 디자이너와 의상 제작과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UNiform Runway’가 이런 소중한 의미를 담은 만큼 학생들은 의정부시는 물론 부산과 천안에서까지도 매주 주말 이곳을 찾아 의상 제작에 여념이 없다.

총 19명의 학생들은 참전한 16개 국가의 군복을 하나씩 맡아 기초 자료 조사를 시작으로 콘셉트를 정하고 디자인과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한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학생들의 의상 제작 과정 전반을 지도하고 조언한다.

튀르키예 군복을 담당하고 있는 김형준(21·경희대 의류디자인·의정부시)씨는 “단순히 의상을 제작하는것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이 갖고 있는 참전 국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야 하는 만큼 시작부터 끝까지 온 정성을 들여 작업에 임하고 있다”며 “이런 뜻깊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19명의 학생들이 각각 다른 의상을 제작하는 만큼 이상봉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국내 의상디자인학계를 대표하는 교수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도하고 있는 김종수(50) 홍익대학교 패션대학원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70년 이상 과거인 6·25 전쟁 당시의 군복을 현대적 시선에 맞춰 제작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며 “학생들과 한땀, 한땀 의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거우면서도 경건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3개월의 과정을 거쳐 이제 학생들 개개인이 만드는 의상이 어느정도 마무리단계에 이르렀고 내달 4일에는 리허설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에서 무대에 올릴 의상이 만들어지고 있다면 의정부에서는 6일 열리는 본행사의 콘셉트를 정하고 무대 구성과 진행까지 지역 청소년들 26명이 매일 같은 회의를 거쳐 실행준비에 돌입했다.

의정부시청소년재단의 정재혁 대리는 “보통 패션쇼의 주인공은 모델과 디자이너가 될 수 있지만 이번 행사는 우리 청소년들이 없다면 이뤄질 수 없었다”며 “이번 쇼의 성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할 일을 충실하게 해주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정상급 디자이너 이상봉과 국내 의상디자인학계를 대표하는 여러 교수들, 16개 참전국의 군복을 제작하는 패션 전공학도들은 물론 16개 참전국에게 우리 국민들이 갖는 감사의 뜻 잘 전달하기 위한 멋진 패션쇼를 준비하는 의정부 청소년들까지.

이렇게 뜻깊은 행사는 내달 6일 의정부시를 흐르는 중랑천 동막교 광장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UNiform Runway’ 시작과 끝 총괄하는 이상봉 “감사한 마음 알려 드려야”<인터뷰>

“우리 국민들의 감사한 마음을 그분들에게 알려 드려야죠.”

비가 내리던 지난 28일 서울 양재동에 있는 국제패션디자인전문학교에서 만난 디자이너 이상봉(68).

국가보훈처와 의정부청소년재단이 정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UNiform Runway’를 총괄하는 그는 매주 휴일 이곳에 나와 학생들의 유니폼 제작을 돕고 있다.

그는 “내 브랜드 매장 직원을 통해 의정부청소년재단으로부터 이번 행사의 참여 요청을 받았는데 내용을 듣고 단 1초의 고민도 하지않고 수락했다”며 “6·25전쟁으로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 도와준 국가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상봉 디자이너가 ‘UNiform Runway’에 참여를 결정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UNiform Runway’는 6·26 전쟁에 UN군으로 참전한 16개국의 군인들이 입던 군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작, 내달 6일 패션쇼 무대에 올려 그들의 숭고한 지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이 디자이너는 “약 10년 전쯤 에티오피아를 찾아 6·25전쟁 참전 용사를 만나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준것에 대한 감사의 뜻과 함께 전쟁 당시 군복을 새롭게 제작해 선물한 적이 있다”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내가 그 참전용사에게 감사해야 함에도 그는 ‘이 옷 하나로 내 청춘을 되돌려 받았다’고 도리어 나에게 고마워했다”고 당시 느꼈던 감동을 전했다.

이것이 바로 이상봉 디자이너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다.

그는 “우리가 외국의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도 그것을 실천했을때 그들 또한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했던 경험이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기로 결정한 이유”라며 “이런 뜻깊은 일에 의정부시의 청소년, 대한민국 패션의 미래를 이끌 대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오히려 내가 더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상봉 디자이너는 이번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날도 그는 일본의 전자제품 기업 엡손이 마련한 현지 강연을 마치고 아침 비행기로 돌아와 바로 학생들을 만나러 왔다.

학생들과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벌써 3개월 가까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와 학생들은 여느 대학의 교수와 제자처럼 편안한 관계다.

패션을 전공한 19명의 대학생들이 매주 주말마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지도 속에 군복을 제작하고 있다면 26명의 의정부시 청소년들은 현충일인 내달 6일 열릴 본 행사의 무대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 디자이너는 “뜻깊은 의미를 가진 패션쇼인 만큼 의상은 물론 행사 진행과 무대 구성 등 모든 과정을 내가 책임지고 준비하고 있다”며 “의정부에서 열릴 본행사 준비를 위해 매일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는 청소년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그는 “6·25전쟁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청소년들부터 우리를 도와준 국가에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나라의 소중함을 알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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