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韓조선업, 건조현장선 ‘데마찌·만땅’ 日용어 가득

헤베, 루베 등 알아듣기 어려운 일본식 발음도 상당
  • 등록 2016-10-22 오후 3:32:17

    수정 2016-10-22 오후 3:32:17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덴마크 ‘머스크’ 사의 잭업리그. 대우조선해양 제공.
[이데일리 최선 기자] 우리나라 조선업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기술력, 건조능력을 확보했음에도 생산현장에서는 일본식 용어가 흔히 사용되고 있다. 조선업계가 언어 순화를 통해 한국 조선업의 자존심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생산현장에서 잘못된 외래어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선산업의 경우 1970년대초 일본으로부터 건조공법이나 관리 방식 등을 배웠기 때문에 일본식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일본식 용어는 ‘만땅’ ‘이빠이’ 같은 단어다. 만땅은 ‘찰 만(滿)’자에 영어의 탱크(tank)를 합성한 일본식 조어로 분석된다. 일본어 발음으로 읽으면 ‘만탕쿠(まんタンク)’인데 이를 줄여 ‘만땅’이라 부른다는 해석이다.

이빠이는 한자로 ‘일배(一杯)’라 적고 일본어 발음으로 ‘잇파이(いっぱい)’라 읽는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변형된 것으로 풀이된다. 만땅이나 잇빠이 모두 현장에서 쓰이는 말이지만, 우리말 ‘가득’이라고 표현하면 대체가 가능하다.

면적이나 공간을 나타내는 단위로 알려진 ‘헤베’나 ‘루베’도 잘못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일본식 용어다.

헤베는 평방미터의 일본식 줄임말인 ‘평미(平米)’의 일본어 발음인 ‘헤이베이(へいべい)’에서 유래했다. 루베는 입방미터의 줄임말인 ‘입미(立米)’의 일본어 발음인 ‘류우베이(りゅうべい)에서 나온 말이다.

일부 생산현장에서는 자재 반입이나 갑작스런 기상 변화로 잠시 작업을 중단해야 할 때 ‘작업 대기’란 우리말 대신, 일본어인 ‘데마찌(てまち)’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데마찌는 손해, 손실을 뜻하는 영어 ‘데미지(damage)’의 일본식으로 발음하다보니 이상한 말이 됐다. 작업이 중단돼 손실을 보는 상황을 일본인들이 데미지를 입었다고 표현한 것인데 이를 그대로 답습해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경향은 비단 조선산업뿐만 아니라, 건설업, 제조업 등 산업계 전반과 법조계, 학계 등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다. 실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시건장치(施鍵裝置), 노임(勞賃), 가처분(假處分), 건폐율(建蔽率) 등의 많은 단어들이 일본식 한자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현장 곳곳에서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말과 글부터 우리 것으로 바꿔야 최고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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