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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생산현장에서 잘못된 외래어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선산업의 경우 1970년대초 일본으로부터 건조공법이나 관리 방식 등을 배웠기 때문에 일본식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일본식 용어는 ‘만땅’ ‘이빠이’ 같은 단어다. 만땅은 ‘찰 만(滿)’자에 영어의 탱크(tank)를 합성한 일본식 조어로 분석된다. 일본어 발음으로 읽으면 ‘만탕쿠(まんタンク)’인데 이를 줄여 ‘만땅’이라 부른다는 해석이다.
이빠이는 한자로 ‘일배(一杯)’라 적고 일본어 발음으로 ‘잇파이(いっぱい)’라 읽는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변형된 것으로 풀이된다. 만땅이나 잇빠이 모두 현장에서 쓰이는 말이지만, 우리말 ‘가득’이라고 표현하면 대체가 가능하다.
헤베는 평방미터의 일본식 줄임말인 ‘평미(平米)’의 일본어 발음인 ‘헤이베이(へいべい)’에서 유래했다. 루베는 입방미터의 줄임말인 ‘입미(立米)’의 일본어 발음인 ‘류우베이(りゅうべい)에서 나온 말이다.
일부 생산현장에서는 자재 반입이나 갑작스런 기상 변화로 잠시 작업을 중단해야 할 때 ‘작업 대기’란 우리말 대신, 일본어인 ‘데마찌(てまち)’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데마찌는 손해, 손실을 뜻하는 영어 ‘데미지(damage)’의 일본식으로 발음하다보니 이상한 말이 됐다. 작업이 중단돼 손실을 보는 상황을 일본인들이 데미지를 입었다고 표현한 것인데 이를 그대로 답습해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현장 곳곳에서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말과 글부터 우리 것으로 바꿔야 최고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