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과 동등한 수준의 이온전도도를 갖는 고체 전해질 소재를 개발했다.’
차세대 이차전지(배터리·방전 후 충전해 재사용할 수 있는 전지) 관련 기술 연구개발(R&D)에 산·학계가 힘쏟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의 잇단 화재 이후 불나지 않고 안전한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진다.
액체 전해질, 이온 이동 돕지만 발화 가능성
현재 이차전지 주류로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자리 잡았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몰려가면 충전됐다가 다시 양극(+)으로 흐르면서 전류를 발생시킨다. 리튬이온을 양·음극 사이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전해질이며 양·음극이 섞이지 않도록 물리적으로 막는 역할을 분리막이 맡는다.
30여년간 이차전지 시장을 이끄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성능이 우수하지만 액체인 전해질에서 비롯되는 화재 가능성이 가장 큰 단점이다. 충·방전 과정에서 액체 전해질이 분해되며 생긴 가스 등 부산물로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이는 곧 폭발 혹은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분리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도 양·음극이 접촉해 불이 날 가능성도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 이차전지가 바로 전고체전지(All-solid-state battery)다. 전해질로 액체 대신 고체를 사용해 이차전지의 주요 구성요소가 모두 고체라는 의미에서 전(全·완전)고체전지로 불린다. 단락으로 양·음극이 접촉해도 고체 전해질이 발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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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지 않는 배터리’인 전고체전지는 고체 전해질 문제로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황화물계와 산화물계, 폴리머가 각각 고체 전해질 후보군에 올랐지만 아직 리튬이온배터리만큼의 성능을 내지 못해서다.
리튬이온 전도도가 높은 황화물계 전해질 연구가 가장 활발하지만 황화물계 전해질은 수분에 잘 반응하기 때문에 대량 양산이 쉽지 않다. 기존 양극과도 잘 맞지 않아 별도로 처리도 필요하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는 “액체 전해질은 빈 공간에 침투해 전극을 젖히고 이온이 흐르도록 하지만 고체 전해질은 그렇지 못하다”며 “전고체전지는 양극재 슬러리를 만들 때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바인더·도전재 양이 최소 3배 이상 늘어 전극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기술 단계에선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고체전지가 같은 크기라면 에너지밀도상 리튬이온배터리 성능이 더 좋다는 얘기다.
2020년대 중반 돼야 상용화할 전망
전고체전지 기술에서 가장 앞선 곳은 일본이다. 특히 토요타는 코로나19로 연기되긴 했지만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전고체전지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BMW와 폭스바겐, GM 등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다이슨(Dyson), 보쉬(Bosch), 히타치 등 여러 업체도 전고체전지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하는 LG·삼성도 2025년께를 목표로 전고체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LG화학(051910)은 지난해 초 기업설명회(IR)에서 “2020년대 중반에 샘플 형태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미국 전고체전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전고체전지 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전고체전지를 만드는 과정은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경우 수분·산소를 극도로 제어해야 하는 등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제조 공정과 달리 까다롭다. 전고체전지를 상용화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학계가 진단하는 이유다.
조 교수는 “분리막이 없다보니 양·음극 사이 고체 전해질 면적이 잘 닿고 전해질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가압해야 하는데 이를 한번에 압연하기가 어렵고 극판 공정 등에서도 추가로 또 다른 유기액체를 개발해야 하는 등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리튬이온배터리 업체라고 해서 전고체전지를 쉽게 양산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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