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화상품 팔지 마라' 당국 권고에 ‥카카오페이, 일부 P2P 판매 중단

8월 시행 예정 온투법에서 금지된 상품이기 때문
美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촉발한 대출파생상품과 유사
적법하게 통용되는 상품이지만 P2P금융에서는 금지
  • 등록 2020-07-10 오전 6:11:00

    수정 2020-07-10 오전 10:10:03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잘나가던 카카오페이 P2P금융상품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페이가 팔던 P2P 개인신용대출 투자 상품 중 일부에 대해 금융당국의 취급 자제 권고를 내리자 카카오페이가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카카오페이가 판매를 중단한 제품은 ‘개인신용분산투자’ 상품이다. 상품의 개발사는 피플펀드고, 카카오페이의 애플리케이션에서 2018년 12월부터 1년반 가량 판매됐다.

얼마전까지 카카오페이 ‘투자하기’를 통해 취급됐던 개인신용분산투자 상품.
이번에 중단된 개인신용분산투자상품은 상환 만기가 최장 5년에 이르는 개인신용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수십개에서 수백개에 이르는 개인신용대출채권을 모아 큰 덩어리의 채권을 만든다. 이를 구조화 과정이라고 일컫는다.

예컨대 1000만원짜리 60개월(5년) 만기 대출 100개를 모은다. 이렇게 모인 대출채권은 10억원짜리 60개월 대출 채권이 된다. 기초자산이 되는 일부 채권에서 부실이 나와도 투자자는 원금 등에 손실을 입지 않는다. 부실 등의 위험이 기초 자산 안에서 분산돼 배분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10억원짜리 대출 채권은 또다른 신용을 일으키는 담보로 활용된다. 10억원 대출을 상환받는 권리인 ‘원리금 수취권’을 담보로 설정하고 추가로 대출을 받는 형태다.

피플펀드의 대부업 자회사 피플펀드대부가 원리금 수취권을 담보로 9억원을 1년만기로 대출해준다. 피플펀드는 P2P플랫폼을 통해 9억원 대출에 투자할 투자자를 모집한다. 투자 기간은 짧게는 4개월, 보통은 1년으로 설정된다.

레버리지를 반복적으로 일으켜 신용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대부업체, 금융사에서도 통용돼 왔다. 2000년대 미국 은행들은 다수의 주택담보증권(모기지)를 모아 채권으로 만들고, 이를 담보 삼아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

내달 시행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P2P금융 합법화법)에도 이런 구조화 상품을 금지하고, P2P금융업체가 투자자와 대출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일종의 ‘크라우드펀딩’ 방식만 허용하고 있다. 1000만원을 빌리는 대출자의 대출 채권을 10만원 단위로 쪼개 증권으로 만들고 이 증권을 다수의 개인 투자자에게 파는 건 가능하지만, 중간에 반복적으로 신용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이다.

상품 개발사인 피플펀드는 당국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2018년 9월 금감원의 검사를 받았고, 결론적으로 위법 요소가 없는 것으로 판정됐다”면서도 “작년 9월 온투법 통과 이후 당국과 논의하여 온투법 시행 이후 더 이상 상품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상품 구조 변경 및 점진 축소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피플펀드 측은 꾸준히 취급액을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위법적인 사항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투자한 상품에 문제는 없었고 연체도 전혀 없었다”면서 “기존 상품의 상환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플펀드와 함께 온투법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P2P금융업계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구조화 상품을 막는 게 P2P금융상품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이들 상품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지나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피플펀드 공시 자료에 따르면 개인신용분산투자 상품의 누적 취급액은 2948억원, 잔액은 617억4816만원인데, 연체율과 연체 건수는 0이다. 피플펀드의 다른 상품인 개인신용 연체율 0.92%, 연체 건수는 52건이다. 잘만 관리하면 구조화상품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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