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국회 출입하는 안내견 조이, 삼성화재가 길렀다

김예지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인 세번째 안내견
피아니스트에서 국회의원으로까지 친구이자 안내자
  • 등록 2020-04-21 오전 5:55:00

    수정 2020-04-21 오전 10:05:5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2004년 2월 숙명여대 졸업식장.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졸업생에게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싶어요.”

씩씩하게 인터뷰하던 여학생이 바로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예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다. 당시에도 김 당선인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눈이 되어준 건 안내견 ‘창조’였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분양받은 김 당선인의 첫 번째 안내견이다.

안내견 창조를 처음 만났을 때는 당시 그는 대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해야던 김 당선인에게 창조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유난히 활발하고 애교 많은 창조 덕분에 그의 성격도 더 활달해졌다. 창조 덕분에 그의 대학 생활은 외롭지 않았다.

2009년 창조가 열살이 되면서 안내견 생황을 은퇴하자, 김 당선인은 두번째 안내견 ‘찬미’를 만난다. 찬미도 삼성화재의 안내견학교에서 분양받았다. 찬미는 김 당선인의 미국 유학생활에까지 따라갔다. 그림자보다 더 가깝게 김 당선인과 지냈다.

(서울=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예지 비례대표 후보의 안내견이 핑크 리본을 달고 있다.
2018년 찬미가 은퇴하고,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로부터 분양 받은 세번째 안내견이 바로 ‘조이’다. 조이는 김 당선인과 함께 21대 국회에까지 같이 입성하게 될 전망이다. 그간 국회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는 국회법 제148조를 근거로 안내견 출입을 막아왔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국회에서 동등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안내견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국회도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이가 국회에 출입하는 최초의 안내견이 될 전망이다.

조이가 안내견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던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파트장은 “국회에서 조이를 위해 특별히 공간을 마련하거나 계단을 없애는 것과 같은 특별대우는 전혀 필요 없다”면서 “김 의원과 조이가 알아서 잘 할텐데, 그냥 출입만 허용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년에 12~14마리, 사회생활하는 시각장애인에 분양

삼성화재는 국내 유일하게 안내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1년에 분양하는 안내견 수는 12~14마리 정도다. 국내 시각 장애인 숫자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적은 숫자다. 그래서 분양조건이 까다롭다.

박 파트장은 “집에는 있는 시각장애인 분들도 많은데, 안내견은 기본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분양된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도 대학생으로, 피아니스트로, 음악인으로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창조와 찬미, 조이까지 연속으로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안내견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생후 13개월까지는 ‘퍼피워커(puppy worker)’라고 하는 자원봉사자 집에서 자란다. 사회생활을 익히기 위한 자원한 가정에서 사람들과의 생활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이후 안내견 학교로 와 6~8개월 정도 훈련을 한다. 안내견 분양이 확정된 시각장애인도 안내견학교로 와 숙식을 같이 한다. 2주는 안내견학교에서 2주는 자택에서 안내견학교 훈련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안내견과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안내견 한마디를 키우는 데 1~2억원의 비용이 든다.

삼성화재는 안내견을 무상으로 분양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국내 안내견 수는 70여마리 정도. 1994년 1호 안내견 이후 지금까지 200마리가 넘는 안내견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나왔다.

안내견학교, 개에 애정 많았던 이건희 회장 의지 반영돼

삼성화재의 안내견학교는 한국 안내견의 역사나 다름 없다. 한국 최초의 안내견은 1972년 임안수 대구대학교 명예교수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데리고 온 셰퍼드 종 안내견 ‘사라’가 최초다. 이후 외국 기관으로부터 안내견 분양이 몇 차례 있었지만, 사후 관리가 어려웠고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족했다.

삼성화재는 1993년 국내 최초의 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시각장애인 양현봉 씨에게 안내견 ‘바다’를 처음 분양했다.

안내견학교 사업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뜻이 컸다.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이 회장은 어릴적 외로움을 반려견을 기르며 달랬다. 한국에 귀국해서도 반려견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이 회장은 한국이 유럽 언론으로부터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으로 매도되는 게 안타까웠다.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 이 회장은 삼성 국제화지원사업단을 설립하고 여기에 애완견연구센터를 세웠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시초였다. 세계안내견협회는 이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2002년 공로상을 수여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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