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배터리·희토류·제약 中 견제 본격화…韓 역할 커지나

바이든, 전략품목 안정적 공급망 확보 검토 완료
반도체·배터리·희토류·제약서 中 견제 의도 깔려
백악관 "美 홀로 해결 못 해…동맹과 협력 필요"
두 나라와 모두 가까운 韓, 기회이자 위기 관측도
  • 등록 2021-06-09 오전 7:23:14

    수정 2021-06-09 오후 9:35:0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품목의 경쟁력 강화에 본격 나섰다. 한국 등 산업 강국 동맹과 협력을 통해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모두 긴밀한 한국 입장에서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8일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4대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이들 4대 분야에 대한 100일 검토를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현재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백악관은 중장기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일자리 계획에 담긴 예산과 각종 제도 인센티브를 통해 자국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을 두고서는 의회에 500억달러의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이와 동시에 동맹,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배터리 부문에는 미국 내 공급망 개발을 위한 10년짜리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번달 말 부문별 대표가 참석하는 ‘배터리 라운드 테이블’을 열 계획도 세웠다.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은 희토류의 경우 국제 투자 프로젝트 확대 등을 통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백악관은 또 50~100종의 필수 의약품에 대한 자국 내 생산을 위해 정부 주도로 민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아울러 해외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고자 무역대표부(USTR) 주도로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를 구성하기로 했다. 대다수 중국을 타깃으로 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불공정한 보조금 등이 미국 제조업에 자주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기동타격대는 공급망과 관련해 동맹과 무역 합의를 검토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주목할 건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산업군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백악관은 “미국 혼자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미국이 자국 생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건 동맹과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일본(85회), 대만(84회)와 함께 한국(74회)의 이름이 여러 번 등장했다. 바이든식(式) 제조업 강화에 한국의 역할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삼성, LG, SK 등은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국과 경제적으로 모두 가까운 한국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이번 보고서에서 견제 대상국인 중국의 이름을 400번 넘게 거론했다.

앞서 지난 3일 바이든 대통령은 방위 산업, 감시 기술 분야와 연관성이 의심되는 중국 기업 59곳에 대해 미국 기업과 개인의 상장 주식 매매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 관심을 모았다. 규제 대상에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반도체 기업 SMIC, 중국 3대 통신사 등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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