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랍 속에 뒹굴고 있는 국산 불화수소 기술

  • 등록 2019-07-25 오전 6:00:00

    수정 2019-07-25 오전 6:00:00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품·소재 분야의 과감한 혁신을 더 촉진하겠다”며 이 분야에서의 유니콘 기업과 강소기업의 출현을 주문했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조만간 안보 차원의 핵심 소재·부품 분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도 서랍 속에 묵히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정부의 육성 의지가 미덥지 못하다. 일찌감치 순도 99.99999999%(텐 나인)의 불화수소 기술을 개발해 2013년 특허출원까지 마친 화학·플랜트업체 C&B산업의 경우가 그것이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는 99.999%(파이브 나인)보다 훨씬 정교한 수준이다. 그러나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아직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납품처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100억원 규모에 이르는 투자비가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 화학공장에 대한 주민의 반대 등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자금난과 불투명한 수요처, 환경규제 장벽 등 부품·소재 중소업체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고민으로 인해 상업화를 포기하고 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산체계의 안정성과 분업화를 핑계로 소재·부품을 외국 수입에 의존하는 대기업들에 대해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지원에 소홀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품질이 떨어져도 국산 제품을 써야 하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국내 소재·부품산업 성장이 부진한 데는 일정 부분 대기업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의 무신경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정부마다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해당 중소기업과 수요처인 대기업이 협업을 통해 기술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눈앞의 단기 성과에만 급급해 돈 되는 기술 개발에 치중하느라 정작 핵심은 등한히 한 것이다. C&B산업의 경우처럼 애써 개발한 첨단기술이 먼지에 나뒹구는 일이 없도록 소재·부품 분야 육성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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