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연말을 앞두고 주식시장에 다시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 물량주의보가 떨어졌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타는 반면 한국 증시는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양도세 물량 부담이 손꼽히면서다. 정부의 주식 양도세 완화 정책이 야당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개인투자자 근심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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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은 이날 2494.28에 마감하며 다시 2500선이 무너졌다. 지난달 21일 2500선을 회복한 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박스피에 갇혀 있는 모양새다. 코스닥 지수 역시 800선 초반대에 발이 묶여 있다. 뉴욕증시가 5주 연속 상승하며 산타랠리(연말을 맞아 증시가 오르는 캘린더 효과)를 이어가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주식 양도세를 회피하려는 잠정물량에 대한 부담이 증시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일 경우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한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주주 양도세 회피 목적 물량으로 연말 증시가 하락하는 현상은 2000년 관련제도 도입 이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도입 당시 100억원이었던 대주주 기준은 점차 낮아지면서 10억원까지 내려갔다. 올해 정부·여당이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높이겠다고 나섰으나 야당이 ‘부자 감세’와 ‘세수 결손’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주주 기준 상향이 무산된다면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풀려야 할 매도 물량이 보유 기준일인 이달 27일을 앞두고 한꺼번에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대주주 요건 상향을 기대하고 있는 잠재적 매도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2월은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여부가 증시 흐름에 관건이 될 것”이라며 “연내 변화가 없을 경우 대주주 기준 상향을 기대하며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쏟아지며 오버행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으로 주가가 하락했다면 매수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보기도 한다. 펀더멘털과 관련없는 압력인데다 되돌림 현상이 일어난다면 주가 반등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악재가 없는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연말을 앞두고 대주주 양도세 관련이 매물이 나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