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협상을 시작한다고 해도 평행선 대립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철군 계획을 두고 “아직 검증하지 못했다”며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반응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공포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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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전쟁 원하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약 3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는 유럽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여러 이슈들에 대해 (서방 진영과) 대화를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이는 미국이 예상한 공습 D데이인 16일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배치했던 일부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공표한 직후 나온 언급이어서 주목 받았다.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는 일단 넘겼다는 관측이 우세해진 배경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앞서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벨라루스와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마친 남서부 지역 일부 병력이 부대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철수 계획은 실제 현장 상황에 따라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확고한 철군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여지를 남겼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그러나 협상에서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을 동시에 천명했다. 그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게만 달린 건 아니다”며 “(추후 협상은) 나토 확장 금지 등의 안전 보장 요구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요구에 대한 (그동안) 서방 진영의 건설적인 답변은 없었다”며 “러시아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아직 철군 검증 못해”
그러나 서방 진영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푸틴 대통령이 협상을 전격 제안했지만, 그 진위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언제든 침공이 가능하다는 점에 더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이후 대국민연설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의 철군을 검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벨라루스를 따라 15만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며 “우리 분석가들은 그들이 여전히 매우 위협적인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은 여전히 높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이 일부 병력을 빼겠다고 공언했지만,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지 못하겠다는 투다.
그는 그러면서 외교적인 해법을 또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에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와 외교로 풀 수 있는 수많은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야전병원을 세우고 있다”며 “침공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아울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인사는 “앞으로 며칠간 전 세계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을 표했다.
이같은 기류는 미러 외교 수장간 협상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검증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긴장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나토에 전달한 안전 보장 제안과 관련한 협의를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수위 높은 공격적인 발언들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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