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되면서 앙상한 가지만 남겨진 가로수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있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뜨개옷을 입으니 거리가 더욱 풍성해진 느낌이다. 차가워 보였던 거리가 뜨개옷 하나로 화려하고 따뜻하게 변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무나 동상, 기둥 같은 공공시설물에 털실로 뜬 옷을 입히는 ‘그래피티 니팅’은 2005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친환경 거리 예술이다. 나무에 직접적인 효과를 주기 보다는 거리 미관을 더 예쁘게 하고 겨울철 거리를 따뜻하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기존에 볏짚으로 나무를 둘러쌌던 잠복소를 대신해 동해 피해 예방과 해충 발생 방지 효과도 있다.
서울에서는 지난 2016년 서울 중구의 덕수궁 돌담길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그래피티 니팅은 민간단체에서 설치하고자 하는 자치구에 승인을 받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올해 노원구청을 통해 노원역부터 노원구청 앞까지 그래피티 니팅을 진행한 비영리단체 ‘한땀’의 박해준 대표는 “자연적인 효과보다는 손뜨개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감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손뜨개를 해서 마을을 꾸미는 작업은 차가운 도시의 모습을 따뜻하게 보이고자 하는 모습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그래피티 니팅은 노원구뿐만 아니라 강남구 가로수길, 서대문구의 서대문구청 광장에도 설치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강릉, 진주, 포항, 안양 등 여러 지역에서도 그래피티 니팅 작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모두 재능기부의 형식으로 마을을 예쁘게 꾸미겠다는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노원구에 살고 있는 대학생 김민지 씨는 “지나다니면서 볼 때 항상 예쁘다, 누가 한걸까 생각했는데, 어르신들의 손길이 닿았다고 생각하니까 더 따뜻한 것 같다”며 “앞으로 걸어 다니면서 볼 때 마다 그분들의 진심과 정성이 생각나서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황재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