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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이래 빌보드 상위권도 오르지 못할 나무가 아닌 게 되면서 거기 높은 순위에 오른 K팝 가수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K팝에 글로벌 정복이니 세계적 성공이나 하는 거창한 수식을 붙여준 일차적 징표는 빌보드차트 장악이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민의 솔로 곡을 포함에 어느새 7곡의 빌보드 넘버원을 수확했다. 노벨문학상을 탄 음악역사의 전설 밥 딜런도 빌보드 1위곡을 보유하지 못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괄목상대가 아닐 수 없다.
옛날 같으면 미국 현지방문과 공연, 방송 프로모션을 통해 인지도 확산을 기해야 빌보드 차트에 명함을 내밀 수 있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 이른바 SNS가 있다.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미국진출 초기에 입만 열면 ‘방탄소년단의 태평양 횡단 성공은 SNS 덕분’이라고 했다. 이 새로운 관습을 주목하고 음악적 실천을 기한 팀이 현재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다.
이런 ‘불일치’는 한편으로 K팝이 대형기획사 중심에다 정치판을 닮은 팬덤 파워가 차트를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하이브나 SM 같은 대기업 기획사에 속한 가수라면 바로 이름이 알려지고, 예술성을 떠나 팬덤이 강하면 신곡은 무조건 음원차트 정상으로 향한다. 이것은 노래가 형편 없어도 막강 팬덤이면 올라가고, 소속사의 지원이 빈약하면 우수한 곡도 외면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왜곡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렇다 보니 해외에서도 슬슬 ‘안티 K팝’ 흐름이 스멀거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K팝을 잘 아는 한 미국인 지인은 “주변에 K팝의 음악성에 실망하는 친구들이 늘었다”고 전하면서 “피프티 피프티의 곡 ‘큐피드’(Cupid)는 지금까지의 K팝과는 차별화된 신선한 느낌이라 주목을 받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홍보와 인기몰이는 SNS에 기댔다. 실제로 뉴미디어라 할 틱톡의 숏폼에 의해 글로벌 인기확산이 이뤄지고 있다. 방식에 있어서 방탄소년단과 별다를 바 없다. 결국은 통했다. 하지만 미국적인 음악이라기보다 잘 들리는 멜로디, 리듬 그리고 매혹적인 진행 즉 전통적 소구력이 높은 음악이 가져온 성과라고 해야 맞다. 또한 제작 경험이 있긴 하지만 분명 신생에 소규모인 기획사의 승리라서 더 흐뭇하다. 국내 언론은 ‘중소돌’, ‘중소의 기적’이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정확을 기하자면 좋은 음악이 낳은 (해외의) 호응이다. 그룹 멤버 시오는 “무엇보다 음악이 좋은 그룹으로 남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그 소박함과 진정성에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