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하면 해외는 징역 10년, 우리는 집행유예

학대당해도 다시 집으로…허점투성이 아동학대 방지 제도들
분리해도 한 달 뒤 다시 복귀…장기보호소 부족
아동학대 10건 중 1건만 실형
"선진국처럼 아동학대 강력히 처벌해야 해"
  • 등록 2020-06-18 오전 12:30:41

    수정 2020-06-18 오전 8:27:53

계모가 아들을 가방에 가둬 사망한 사건부터 의붓아버지의 학대로 지붕을 통해 탈출한 딸까지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해서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아동학대범죄와 처벌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같은 논란 탓에 지난 10일 민법에 명시한 '부모의 징계권(민법915조)' 조항을 없애고 체벌 금지를 명시하는 쪽으로 민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학대피해아동 보호 건수(출처=e-나라지표)


보호는 일주일 뿐, 다시 학대당한 집으로 가는 아이들

보건복지부에 집계된 2018년도 아동학대 건수는 2만4604건으로 10년전인 2008년(5578건)보다 4배나 늘었다.

최근 계속되는 아동학대 사건으로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천안 계모 사건도 병원에서 한차례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현장 출동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국내 아동학대 2만4604건 중 82%인 2만164건은 원가정보호원칙에 따라 다시 돌려보내졌다. 원가정보호 원칙은 학대를 당한 아이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 학대한 사람이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교육부는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아동학대가 발견되는 즉시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는 '즉각 분리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학대 피해아동 쉼터를 확대하고 전문가정위탁 제도를 법제화하는 등의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이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냐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즉각 분리제도 자체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은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분리 후 아이들에 대한 임시조치와 인프라 구축,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기보호소 확대 등 실제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현재에도 학대 피해아동 쉼터와 상담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쉼터도 임시보호소일뿐 아이들은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내에 다시 가정으로 돌려 보내진다. 과연 한 달간 아이들은 상처를 다 치료할 수 있으며 학대를 한 부모는 충분히 교화가 되었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즉각분리를 한다고 해도 수시로 원래 집으로 돌려 보낼까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공 대표는 특히 맞춤형 피해아동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다"며 "학대 아동을 일반 아동과는 분리해 장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맘카페 게시글과 댓글 캡처


아이 죽어야만 처벌하나여전히 미약한 형량

법을 개정하더라도 실질적인 처벌은 중요하다는 게 여론의 핵심이다. 하지만 정작 피해사례가 발생했을 때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2019년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267건이다. 하지만 이 중 유기형이 선고된 사건은 33건으로 전체 사건의 12%에 불과했다.

집행유예는 96건(36%)으로 실형보다 세 배나 더 많이 선고됐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1명만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지난 2015년 광주에서 딸을 수 차례 때리고 담뱃불로 다리를 지진 20대 엄마에게 내려진 처벌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었으며,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바닥에 던져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등을 입힌 20대 미혼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 모두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이 감형 이유였다.

피해 아동이 다치기만 할 때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발생한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엄마도 조현병 병력이 있어 그의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17조와 아동학대범죄특례법 등에 규정된 형량 자체는 낮은 편이 아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천안 계모 아동학대 사건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아동학대 피의자들에 대해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세환 법무법인 동주 변호사는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죄의 차이점은 살인에 대한 고의 여부이다”라며 “살인죄는 고의를 가지고 살인한 것이고, 아동학대치사죄는 죽일 것은 아니라 학대를 하려 했는데 결론적으로 죽은 경우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구형에서 둘의 차이점은 사형 유무이다. 하지만 판사가 구형을 할 때 살인죄가 더 중한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창녕 아동학대 계부가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경남 밀양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출처=연합뉴스)


해외는 10년형 우리나라는 집행유예

해외의 경우는 달랐다. 1979년 스웨덴이 가장 먼저 아동학대법을 만든 이후 전 세계 54개국은 이미 자녀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신데렐라 법'을 제정해 부모가 자녀를 방임할 경우 최대 10년형에 처한다. ‘신데렐라 법’은 부모가 자녀를 방임하고 폭언을 하는 등 감정적인 학대도 처벌하는 의미로서 동화 ‘신데렐라’처럼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심리적, 감정적 학대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스웨덴은 국내에서의 체벌 금지에 대한 입법, 사회단체에 대한 국가로부터의 행·재정적 지원, 국제적 협력 등을 통해 아동에 대한 체벌은 절대 금지이다. 심한 고함으로 꾸지람하거나, 모욕적인 언어로 비하를 하면 자녀가 SOS전화로 신고를 하는 등 분위기 자체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선진국은 아동학대 조기발견을 위한 시스템 또한 잘 되어있었다. 정부(지자체)와 아동보호 전문기관, 경찰, 보건전문가(소방포함)가 함께 대응하는 협업시스템이 형성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아동학대 전담경찰을 두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경찰서에 상주하며, 호주의 경우 24시간 아동학대 긴급전화를 운영한다.

이와 관련해 국민청원들도 올라오고 있다. 청원자들은 아동학대 부모에 대한 강한 처벌 요구와 함께 “외국의 경우처럼 학대받은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도입하라”고 주장했다.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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