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의 승부수…애플페이로 1위 등극하나

PLCC 시장 성공에 이어 간편결제시장 '정조준'
MZ세대 선호가맹점 공략해 빠른 시장공략 나설듯
수수료 문제 등 초기 출혈경쟁은 우려대목
  • 등록 2022-09-07 오전 6:32:00

    수정 2022-09-07 오전 6:32:00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현대카드가 애플과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 독점 계약을 체결한 것은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을 극복하고 시장점유율(MS)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복안이다. 사업자 전용 신용카드(PLCC)를 최초로 출시해 PLCC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한 정 부회장의 새로운 전략적 승부수가 다시 한 번 시작됐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1557억원)이 전년과 비교해 1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1772억원을 기록한 롯데카드에 밀리며 업계 4위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 롯데카드가 현대카드보다 당기순이익이 높게 집계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3년 국내 카드사 중 가장 규모가 작았던 현대카드 수장에 올라 단숨에 2위 카드사로 도약시켰지만, 최근 성적표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이런 시점에서 글로벌 IT기업 애플과의 애플페이 제휴는 글로벌 감각을 기반으로 한 정 부회장의 ‘묘수’로 여겨진다. 특히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흡수해 삼성페이 일변도였던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승부사 기질이 그대로 드러났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거리두기 해제로 대면 환경이 일상화됐고 카드 소비가 진작되는 걸 고려하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은 앞으로 영향력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MZ세대 등 젊은 층 소비가 높은 가맹점을 위주로 공략하면 애플페이는 빠르게 정착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최근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카드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28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8% 증가했다. 또 최근 국민카드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여가서비스 분야의 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연령별 매출건수 증가율은 MZ세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의 제휴사업은 PLCC 사업의 성공에서 이미 증명됐다. 최근 수많은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PLCC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카드사는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2015년 5월 이마트 e카드를 시작으로 현대·기아차, 대한항공,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네이버 등 각 계 굴지의 기업과 PLCC를 만들어 왔다. 현재 16개사(연말까지 2개사 추가 예정)와 제휴를 맺고 있다. 이는 성과로도 입증됐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해 8월까지 국내 전업 신용카드사가 발급한 PLCC 가운데 88.5%가 현대카드로 확인됐다. 현대카드는 PLCC 파트너사들과 각 사의 데이터 및 분석기술을 공유하는 ‘도메인 갤럭시’라는 데이터 동맹도 갖고 있어 일각에선 향후 애플과 PLCC 사업 확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애플페이와 제휴가 현대카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미국에서 애플페이 결제에 따른 수수료를 결제 건당 최대 0.15%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애플페이가 취급하는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 3대 신용카드 회사가 만든 국제 결제 표준) 수수료 1%까지 추가되는데, 국내 매출 3억원 이하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율인 0.5% 수준과 비교하면 마진 폭은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그동안 비용 절감 노력에 치중해 수익 창출 동력은 약했다는 평가가 따랐다”면서 “현대캐피탈과 계열 분리도 사실상 된 상황에서 이제는 다양한 사업 다각화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수수료 문제 등 초기 출혈경쟁으로 영업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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