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가 없다]청년정당 우리미래 "기성정당, 선거 때만 청년 이용"

[인터뷰]오태양 우리미래 상임운영위원장
"우리미래, 2000년 초반 시작된 '당사자 운동' 결실 중 하나"
"기존 정당, 청년 목소리 담보 당헌·당규부터 지키지 않아"
"연동형 비례제가 대안, 이마저도 거대 양당 딴 목소리"
  • 등록 2018-11-27 오전 5:00:00

    수정 2018-11-27 오전 7:56:34

오태양 우리미래 상임운영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대기업 노조 중심 노동자를 대변한다. 청년들이 청년유니온을 만든 이유다”면서 “정치에서도 막 당사자운동이 시작된 것이다”고 평가했다. (사진=우리미래)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일반인들이 청년의 정당활동을 보는 것 자체가 ‘모사꾼’이거나 ‘한량’ 정도로 인식하죠. 여기에 마이너 정당이니 장래에 대한 불투명, 현실적인 생계문제까지도 종합적으로 상존합니다.”

26일 서울 서초구에 자리 잡은 우리미래당사에서 만난 오태양(43) 상임운영위원장(대표)은 청년 정치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우리미래는 지난해 3월 창당한 정당으로 ‘우리미래는 우리의 손으로’를 구호로 한, 당원 8000여명 규모의 청년진보정당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는 서울시장 후보를 포함해 총 9명의 후보를 냈다. 이중 김소희 후보는 도봉구 기초의원선거에서 약 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바른미래당 후보를 꺾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우리미래당이 어느 한순간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청년들이 ‘당사자 운동’을 벌였다”면서 “이때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등 청년 시민 단체가 우리 사회에 나왔고 그 결실 중 하나가 우리미래”라고 부연했다.

“출산정책, 핵심은 출산장려금이 아닌 경력단절”

그는 “현대사를 보면 산업화 세력이 한 세대, 1987년 이후 민주화 세력이 한 세대를 이끌었다”면서 “우리 사회를 이끌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청년들이 모인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민중당 같은 진보정당으로 향하지 않은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오 위원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념을 기반으로 한 정당 분류가 지속됐다”면서 “사회가 고도화 되다보니 목소리도 다양해졌다. 유럽에서는 녹색당·동물당·페미니즘정당·농민당 등이 이미 있다. 한국도 특정 집단의 정치적 결사가 이뤄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 기성 정당이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 위원장은 기성정당은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선 기성 정당들은 청년의 목소리를 담보한 당헌·당규가 있음에도 뭉개고 있다”면서 “생색내기로 비례후보를 뽑고 당선권 밖으로 몰거나, 선거 때만 청년을 이용하고 (청년정치인으로) 육성하지 않고 있는 것도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 위원장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론 역시 청년과 기성세대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출산보육정책을 예로 들었다. 오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출산 정책을 50~60대 남성들이 입안한다”면서 “접근하는 방식도 ‘출산장려금을 많이 주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여성으로서는 출산을 ‘경력단절’의 입장에서 받아들인다”며 “접근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당 운영은 빠듯하다. 우리미래의 당직자는 상근직 10명을 포함해 반상근직,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당 업무를 돕는 직장인 당직자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의 중심인 여의도가 아닌 서울교대 근처 한적한 골목, 제대로 된 간판조차 없는 곳에 당사가 자리 잡은 이유도 경비 절약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에 자리 잡은 132㎡(40평) 규모의 우리미래당사 사무실 내부. (사진=박경훈 기자)
“법정 선거비용 평균 1억7천, 기성정당 비공식적으로 3배써”

그는 한국 정치환경을 “자산가나 경제적기반이 있지 않은 자가 활동하기 힘든 곳”이라고 평가했다. 오 위원장은 “국회의원 후보자로 나가기 위한 1500만원의 기탁금부터 문턱”이라면서 “여기에 법정 선거비용만 평균 1억78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기성정당 후보들은 비공식적으로는 이에 3배를 쓴다. 선거비용 반환 기준도 신생 정당에겐 너무 높다”고 하소연했다.

오 위원장은 “현재 국고보조금도 기성정당은 득표수보다 많이 가져간다. 아예 작은 정당은 진입 자체가 어렵다”며 “정당 활동 보조금 분배의 재고가 없는 한, 소수정당은 선거와 동시에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이 주창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결국 대안이라고 내놨다. 오 위원장은 “이마저도 거대 양당에서 ‘권역별 비례제’나 ‘중대선거구제’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결국 양대 정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뿐”이라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현재 가장 심각한 청년 문제로는 주거 문제를 꼽았다. 오 위원장은 “주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 ‘지옥고’(지하·옥탑방·고시원)라는 신조어가 나올 지경”이라면서 “국선변호사는 있는데 왜 국선공인중개사는 없는지, 공공기관을 지을 때 상층부에 청년주거 시설을 짓는 방안 등 다양한 해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민주노총은 대기업 노조 중심 노동자를 대변한다. 청년들이 청년유니온이라는 세대별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라면서 “정치에서도 이제 막 당사자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가시화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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