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적인 우주개발은 항공우주 주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전 세계적으로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우주개발 방식이 변화하는 가운데 한국도 흐름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정부부처와 산학연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한·미 미사일 지침이 개정됐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나 차세대중형위성 개발을 통해 위성, 발사체 기술력도 확보하면서 기술적 여건도 향상됐다. 여기에 정부가 민간 산업화로 점진적 변화를 추진하면서 미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산학연이 협력하는 연합군을 만드는가 하면 한국형항법시스템(KPS), 인공위성 영상 활용 서비스를 추진하겠다며 나선 기업도 있다.
한재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사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에서도 우주 산업화에 대한 의지가 있고, 기업들도 지금이라도 하지않으면 안되겠다며 뛰어드는 분위기”라며 “새로운 정부 사업이 있다기보다 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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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눈 돌리는 기업들
항공·우주 전문가들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기업은 한화다. 한화는 연합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를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국가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방산업체의 우주사업 참여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LIG넥스원은 한국형 GPS로 불리는 KPS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화 준비 단계에 있다. KPS 서비스 구축을 위해 필요한 고성능 자율항법장비, 통신 탑재 장비 등을 개발해 사업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기업 고유의 서비스에 항공우주 기술력을 활용하려는 기업도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위성영상과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결합해 산업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선진국에서는 위성을 글로벌 원유 저장 상황과 가격 방향성 분석, 해외 항만 컨테이너 수량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국제 무역 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해 인공위성 정보를 활용한 기술을 개발해 수입 곡물 구매에 활용한 만큼 이를 친환경, 저탄소 기술에 확대 적용해 위성 서비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대형국가연구개발사업도 점진적으로 민간에게 개방하는 추세다. ‘국토위성’ 차세대 중형위성 2호부터는 민간 기업들이 위성을 만든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총괄하는 차세대중형위성 1호 공동설계팀에 참여해 기술이전을 받았고, 이후 위성 개발에는 70개 기업(중복 업체 포함)이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개발사업에는 300여 개 기업들이 발사체 구성품 제작부터 총조립, 엔진 제작, 발사대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누리호 사업은 독자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기고, 어려운 사업이지만 후속 사업을 통해 단계별로 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한국형 달 궤도선 개발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이 본체와 탑재체 제작에 참여했다.
정부도 민간 산업화를 돕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우주부품시험센터 기능 강화, 민간 발사장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민간 산업화를 촉진하는 법안을 국회의 협조를 얻어 올해 내 입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중형위성처럼 단계적으로 우주사업 전환을 시작하고,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과기부 장관에서 국무총리급으로 격상해 민간 중심 우주개발을 큰 정책 방향으로 놓고 추진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항공우주 분야 기술이전 촉진,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민간우주산업을 촉진하는 법을 우주개발진흥법에 담을 계획”이라면서 “올해 법률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법 제정 이후 이에 맞춰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 과제 등 후속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