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수소차보다 제조비용이 저렴하고 충전소 설치도 상대적으로 간편해 친환경차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수소차는 메르세데스-벤츠 등 개발을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향후 승용차는 전기차, 트럭 등 상용차는 수소차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친환경차 시장에 먼저 등장한 것은 전기차다. 일본 닛산이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인 ‘니프’를 출시했다. 니프는 준중형 세단으로 일본과 북미에서 판매됐다. 전기차는 2012년 미국 테슬라가 ‘모델S’를 출시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올해 전 세계에서 400여 종의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며 600만대(추정치) 판매가 예상된다.
수소전기차는 2013년 현대자동차가 ‘투싼’(현재 단종)을 출시하면서 첫발을 내딛었다. 현대차는 5년 뒤인 2018년 ‘넥쏘’를 출시했고 일본 토요타와 혼다가 ‘미라이’와 ‘클래리티’를 출시했다. 올해 수소차의 전 세계 판매량은 약 2만대로 예상된다. 전기차와 비교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수소차는 약 170기로 수소차 누적 판매량이 1만9170대(작년 11월 말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1대당 112대를 감당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수소충전소는 영업시간이 오전 5시에서 오후 11시 사이로 정해져 있다. 전기차충전소가 24시간 운영되는 것과 비교하면 수소차 차주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부족한 인프라로 수소충전소는 언제나 차량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 근교 건축사무소에서 근무 중인 수소차 차주 이은숙(52세·여)씨는 “수소차 충전소가 직장과 가까운 국회에 있지만 대기 차량이 많아 충전할 때는 점심을 거를 각오를 해야 한다”며 “평균 50분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수소차의 경우 연료전지와 전기배터리, 수소탱크통 등을 갖춰야 해 전기차와 비교해 공간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넥쏘가 세단이 아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점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소차는 또 백금이 연료전지촉매제로 사용돼 제조비용이 전기차보다 비싸고 차량 제조의 기술적인 난이도도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차량 출고가도 전기차와 큰 차이를 보인다. 수소차는 6500만원대를 훌쩍 넘기는 반면 전기차는 평균가격이 4500만원 수준이다. 수소차 가격이 1.5배가량 비싼 셈이다. 다만 정부의 보조금(2250만원)과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평균 1000만원 안팎, 지자체별로 다름)을 받으면 전기차와 비슷하거나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
업계에서는 향후 친환경차 시장이 승용차는 전기차,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는 수소차로 양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차의 충전시간이 5분 내외로 전기차(평균 1시간)보다 짧기 때문에 승용차보다는 상용차에 더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상용차의 경우 인구밀집보다는 공사장 등 인구밀집이 덜한 곳을 주로 다니기 때문에 승용차보다 충전소 설치에 제약을 덜 받는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전기차보다 길다는 점도 상용차에 유리한 부분이다. 넥쏘처럼 한번 충전해 600km 이상 주행하는 전기차를 만들려면 배터리 무게가 800kg을 넘어야 하는데 넥쏘 수소탱크 무게는 150kg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승용차는 충전시간과 배터리 성능 개선에 따라 전기차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소차는 상대적으로 긴 주행거리를 요구하는 트럭 등 상용차에 더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