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여금 여력 없어…금리·최저임금 인상 '산 넘어 산'

추석이 두려운 중기②중기 절반 이상 "추석 자금사정 곤란"
중기중앙회 조사, 900개 중기 중 "상여금 미지급" 44%
운영자금 부족률 12%…"금융기관 자금 조달도 어려워"
명절 이후도 난망…"중기 재난지원금 고민해야" 의견도
  • 등록 2021-09-17 오전 5:10:00

    수정 2021-09-17 오전 5:10:00

[이데일리 함지현 김호준 기자] “추석 상여금은 없습니다. 사업에서 이익이 나야 줄 수 있는데 이익이랄 게 없어 답답한 상황입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기계설비업을 하는 A사는 직원들에게 나눠 줄 추석 상여금을 포기했다. 인건비도 빠듯한 상황이라 교통비라도 지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계설비 수주는 계속 줄고 코로나19까지 겹쳐 사업 확장조차 쉽지 않아 여유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탓이다. A사 대표는 “자금이 충분하면 상여금을 왜 안 주고 싶겠나. 사업에서 이익이 나야 주는데 큰 이익이랄 게 없고 사업은 진척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풍년을 기원하는 명절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자금이 메마른 기근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 심화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같은 외부 환경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거기에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인건비 상승이나 금리 인상과 같은 악재까지 겹치면서 심리적 부담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충남 천안 소재 한 금속사에서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호준 기자)
중기 절반 이상 “자금사정 곤란”…“상여금 미지급”도 44%

1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석을 앞두고 국내 중소기업 9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절반 이상인 55.8%가 추석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자금 사정 곤란원인(복수응답)으로는 △판매·매출부진(78.5%) △원부자재 가격 상승(53.0%) △인건비 상승(25.7%) △판매대금 회수 지연(21.3%) 순으로 응답했다.

이들은 올 추석에 임금·원자재 등 단기운영자금으로 평균 3억 7800만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필요자금 중 확보하지 못한 부족 자금이 476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족률은 12.6%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부족한 추석 자금 확보 계획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16.4%에 달하는 기업이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이 외에 △납품 대금 조기회수(45.3%) △결제 연기(40.4%) △금융기관 차입(30.2%)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처럼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추석 상여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곳도 44.5%에 달했다.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응답은 34.2%, 아직 결정 못했다는 응답은 21.3%로 집계됐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곤란하다’는 의견(36.9%)도 ‘원활하다’는 응답(17.0%)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매출액 등 재무제표 위주의 대출(34.2%)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자동차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B사 대표는 “지난해 30억원의 대출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수출길이 꽉 막히면서 여전히 자금난이 심각하다”며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인데 워낙 경기가 불확실하다 보니 공장 확장 등의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B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정도 줄었고, 여전히 상황이 풀리지 않고 있어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최정미금 인상 등 근심 여전…“현장 어려움 가

이처럼 중소기업의 상황은 점차 어려워져만 가는데 중소기업에 불리한 정책까지 더해지며 이들을 더욱 옥죄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금리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사상 최저 수준이던 0.50%의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아울러 최저임금위원회는 2022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440원) 오른 9160원으로 결정했다. 추석 이후에도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경영악화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업계도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인한 강화된 거리두기로 매출감소가 심화하고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아직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쓰러지고 은행도 동반 부실화되는 악순환을 유발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에 이의제기서까지도 제출했다. 업종별 구분적용도 되지 않은 채 단일 적용 인상률이 5.1%로 결정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기 어려움은 물론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뜻도 함께 전달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는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업종은 추석 상여금 문제뿐 아니라 급여나 고용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안 그래도 대출로 연명하는 곳 들을 대출로 지원하지 말고 R&D(연구·개발) 자금 등 중소기업을 위한 재난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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