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 과감한 ‘다른 길’…크래프톤·하이브의 비결

글로벌 뒤흔든 K콘텐츠 배그·BTS 만든 두 기업
게임·엔터 벗어난 인사 혁신으로 신사업 정조준
  • 등록 2022-01-04 오전 5:09:00

    수정 2022-01-04 오전 5:09:00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왼쪽부터)크래프톤 김훈 음성합성팀 팀장, 김창한 대표, 염화음 딥러닝팀 팀장, 알베르토 세레저르 머신러닝 연구원. 김 대표는 작년 10월부터 매일 이들과 딥러닝 공부에 매진해오고 있다.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세계에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PC게임 배틀그라운드와 빌보드 핫100 역사상 단일 그룹 최장기간 1위 기록을 수립한 방탄소년단(BTS). 덕분에 크래프톤(259960)하이브(352820)는 각각 시총 22조원, 14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언뜻보면 다음 게임이나 가수를 위한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나, 이들이 택한 길은 다르다. 기존의 성공방정식을 벗어던진 리더십부터 과감한 인사 혁신으로 신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AI 딥러닝 직접 지휘하는 장병규·김창한

공전의 히트작인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는 자신의 후속 프로젝트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게임이 아닌 ‘인공지능(AI) 딥러닝’을 택했다. 모두 제2의 배틀그라운드가 아니다.

그는 다른 회사들처럼 연구소를 차리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연구소장을 앉히지 않고, 김 대표 자신이 직접 신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기 위해 AI연구팀의 수장을 자처했다. 김 대표는 딥러닝 기술 프로젝트의 방향 제시와 정책 수립 등 초기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팀 설립 6개월 만에 50여명으로 딥러닝 조직을 확대하는 등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에 특히 열을 올렸다.

카카오 출신 염화음 딥러닝팀 팀장을 비롯해 메디컬 AI 스타트업 ‘루닛’의 딥러닝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김훈 음성합성팀 팀장과 덴마크기술대학교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알베르토 세레저르 머신러닝 연구원 등은 김 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인재들이다.

크래프톤에는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직접 리드하는 딥러닝 기반 게임 개발 조직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장 의장의 참여 아래 구성원들은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발견하는 도구로 딥러닝을 활용한 여러 창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가장 큰 경쟁력을 회사 구성원이라고 판단, 인재 발굴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프로젝트 중심’이던 조직 운영 방식을 ‘인재 중심’으로 바꾸고, 게임 업계 상위 수준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하이브 제공


게임·IT 기업 출신으로 리더십 재편

하이브는 올 7월 방시혁 이사회 의장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새 대표에 박지원 전 HQ CEO를 선임하면서, 공격적인 리더십 배치로 플랫폼 기반 신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낯설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14년 37세 나이에 넥슨코리아 CEO에 올랐다. 젊은 나이에 넥슨재팬을 성공적으로 도쿄 증시에 상장시킨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방 의장이 직접 삼고초려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핵심동력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하이브의 체질개선 특명을 안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리듬게임 자회사 수퍼브를 흡수합병하고, 사내 게임 개발팀을 꾸려 박 대표 자신이 직접 팀을 이끌고 있다.

하이브는 박 대표 외에도 IT·게임 회사 출신이 경영진 다수를 구성하고 있다. 넥슨 출신으로 레이블 빅히트뮤직을 이끌고 있는 신영재 대표, 위메프 출신 이진형 CCO, 풀러스 출신 김태호 COO, 네이버 출신 황보상우 스토리사업본부 GM, 넷마블 출신 김병규 경영자문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새로운 경영진을 뽑을 때 ‘기획사 출신은 안 된다’는 방시혁 의장의 철학이 반영된 인사 방침으로 평가된다.

하이브 관계자는 “리더십부터 전면적 체제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라며 “글로벌 산업의 주도권을 공격적으로 이끌어간다는 목표하에 각 리더의 전문성에 맞게 권한과 책임의 범위를 재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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