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마트 20년 만에 역성장…슈즈 멀티숍 재편

작년 영업익 45억원으로 88% 줄어
코로나發 명동·강남 오프라인점 타격
온라인 주력… 풋락커·이랜드 기회로
  • 등록 2021-05-10 오전 5:00:00

    수정 2021-05-10 오전 5:00:00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국내 슈즈 멀티숍 1위 업체 ABC마트가 20년 만에 역성장했다. 금융위기와 불매 운동에도 흔들림 없었던 ABC마트가 코로나 팬데믹에는 흔들렸다. 이랜드(폴더·슈펜)에 미국 풋락커까지 가세하며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특히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신발 브랜드가 소비자와 직접 거래를 시작하는 D2C(Direct to Customer)방식을 강화하면서 시장 재편 가능성이 커졌다.

ABC마트 GS 명동중앙점(사진=네이버지도 갈무리)
9일 업계에 따르면 ABC마트의 작년 매출액은 45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88% 줄었다.

ABC마트는 2002년 국내시장에 진출한 이후 매년 30%의 성장을 이어가며 슈즈 멀티숍 전성기를 주도했다. 이번 역성장은 사실상 진출 이후 처음 맞는 위기다.

명동, 강남 등 주요 상권에 자리 잡은 ABC마트는 유동인구 감소로 인해 매출액 감소를 겪었다. 매장이 작년 말 기준 297개를 운영 중인 만큼 임차료(614억원)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ABC마트는 온라인으로 이동한 소비 형태 변화에 맞춰 통합쇼핑몰 아트닷컴(A-RT.COM)을 작년 2월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온라인 매출 상승도 오프라인 중심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지 못했다.

ABC마트의 부진은 경쟁업체에게 기회가 될 전망이다. 미국 슈즈 멀티숍 풋락커는 풋락커코리아를 설립하고 홍대, 명동, 가로수길 등에 4개 매장을 내며 지난달 공식 진출했다. 풋락커코리아는 국내 론칭을 기념해 래퍼 스윙스, 스니커즈 유튜버 ‘와디’, ‘송필드’ 등과 협업한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토마스 피터슨 풋락커 아시아 지사장은 “아시아의 스니커즈와 스트리트 문화의 중심지인 한국에 진출해 스니커즈 마니아와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며 “홍대와 명동 스토어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디자인과 멀티 브랜드 농구 섹션, 여성 제품 라인 등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선사하길 기대한다”하고 말했다.

(사진=풋락커)
풋락커와 유럽 최대 멀티숍 JD스포츠의 최대 강점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공급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브랜드는 D2C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다른 경쟁업체들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원활하게 공급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제 토종 브랜드 레스모아는 작년 나이키와 공급계약 종료로 작년에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시장 2위 업체인 이랜드도 온라인 강화와 인플루언서 협업 등을 통해 시장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45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랜드 폴더는 작년 매출이 8% 감소하며 선방했다. 올해 들어서는 온라인 매출이 180% 성장하는 등 전체 매출이 15% 늘어났다.

국내 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랜드 슈펜은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이 10% 성장하고 있고, 온라인 매출도 40% 늘었다. 최근 인플루언서 ‘밤비걸’과 협업한 상품은 5일 만에 1만 켤레가 판매된 바 있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서 출시한 단일 상품으로는 최단 시간에 억대 매출 찍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슈즈 플랫폼 경쟁에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까지 가세하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며 “온라인 중심 콘텐츠를 오프라인과 연계하지 못하는 업체는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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