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 “본사 권유로 이전했는데, 손실만 떠안아”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본사에서 철거비용을 부담해준다고 수없이 요청해서 옮겼는데 이제 와서 비용 부담은 제 몫이라고 하네요.”

나씨가 운영중인 CU 점포 전경

경기도 파주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 모씨는 5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나씨는 2018년 5월에 파주에서 CU 점포를 오픈했고, 3년차 이던 2021년 5월 점포를 같은 상가 내 다른 자리로 이전했다.

나씨의 주장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중 점포 매출이 급감하면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 본사에 다른 가맹점주로의 전환계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본사는 월세가 싼 자리로 이전하자고 권유했다.

나씨는 “점포 이전시 점주의 비용부담은 전혀 없고 100% 본사가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적자에 시달리는 점주가 철거비용 330만원을 부담하고 지원금이 삭감되는 조건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사는 이전할 점포와 임대계약을 완료했다며 이전을 압박했다”며 “구두상 약속을 무시하고 계약서상 체결만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씨가 운영하는 가맹점은 점포 이전 후 월세가 4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줄었다. 이중 나씨가 부담하는 비용은 기존 24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90만원 가량 줄었다. 하지만 옮긴 뒤에도 점포 경영은 개선되지 않았다.

본사가 매달 지급하는 지원금도 15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20만원 가량 줄었다. 이를 2년으로 환산하면 약 480만원에 달한다.

나씨는 “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운영(전환)하고 싶다고 예비 점주가 온 적이 있는데 본사에서는 그 사람에게 다른 신규 점포를 추천했다”며 “본사에서는 신규 점포를 오픈하는 데만 열중했고 개별 점주 사정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거비용을 내고, 지원금이 삭감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전할 점주가 어디있느냐”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서 점주 의사를 무시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이전했을 당시에는 계약기간을 놓고도 본사와 다퉜다. 나씨는 5년 계약 기간 중 3년을 영업한 만큼 2년의 계약기간을 요구했지만, 본사는 신규점포 기준으로 5년 계약을 요구했다.

나씨는 “최초에 5년 계약이라고 한 것을 보면 신규점포 이전을 위해 준비한 자리였다는 증거”라며 “기존 점포를 점주 비용으로 폐점하고 신규 점포 개척까지 했으니 본사만 이득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5월 폐점을 앞두고 있는데 마지막 달에는 지원금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업무 미숙으로 계약 종료월을 잘못 기입한 후 귀책을 점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U는 상권이 쇠퇴하면 손익 보전을 위해 점포 이전 등을 권유한다. 이번 건도 그런 차원에서 점주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의 일환이었다는 입장이다.

CU 관계자는 “철거비는 점주가 부담한다고 인지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한 사항”이라며 “구두상으로도 이전비용을 보전한다고 한 게 없는데 오해를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