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 민주당 청년정치인의 발언입니다. 여야를 떠나 청년이 정치권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 지 묻자 “하”라는 외마디와 함께 16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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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는 정녕 청년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일까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동 해임`이 될 상황에 처했습니다. 두 달 전 국회를 먼저 나온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전당대회에 출마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여의도를 떠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정치권이 입이 닳도록 말하는 `혁신`을 꾀할 때 내쳐졌습니다. 공천제도 개혁 등 구태로부터 당을 탈바꿈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띄운 이 대표도,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와 당내 성폭력 무관용 원칙 등을 외친 박 전 위원장도 모두 쫓겨난 셈입니다. 또다시 기성 정치가 청년을 `토사구팽`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李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 불 태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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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지난 13일 25분간의 모두 발언과 37분의 일문일답, 약 62분간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 후보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로 징계 처분을 받은 지 36일만입니다.
윤리위의 징계가 이 대표를 내쫓기 위한 발단이 됐다면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바뀌니 달라졌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문자가 공개되면서 이 후보를 향한 대통령의 본심이 드러났습니다. 당의 급속한 비대위 체제 전환은 `이준석 몰아내기`를 가속화한 계기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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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혁신`을 외쳤습니다. 그는 당내 일부 의원들을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이라 규정하며 이들의 험지 출마를 결심할 때 변화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는 “윤핵관과 그 호소인들이 서울 강북 지역 또는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절대 오세훈과 맞붙은 정세균, 황교안과 맞붙은 이낙연을 넘어설 수 없다”며 `험지 출마 강행`의 필요성을 피력했습니다.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인 이 대표는 만약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윤핵관`들이 이 대표의 제안에 응한다면 다시 한 번 화합할 수 있을 것이란 작은 화해의 제스처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준석이 지금 사라지는 것이 한국을 위해 중요한지 아니면 국정 기조가 바뀌고 문제가 되는 인사가 사라지는 것이 더 중요한지는 여론조사를 해보면 8 대 2가 나올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朴 “혁신은 못했지만, 민주당은 계속 있어야 할 곳”
민주당에서 `혁신`을 주창한 청년으로 박지현 전 위원장이 있습니다. 지난 3월 9일 대선 패배 이후 변화의 선두에 서달라며 당시 송영길 전 대표, 윤호중 전 비대위원장, 현재 이재명 당 대표 후보자까지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요청했다고 전해졌죠.
그러나 정작 그가 쓴소리를 내뱉을 때마다 돌아온 것은 따가운 눈총이었습니다. 지난달 20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맡고 나서도 하루에도 5~6번씩 많은 의원들께서 좋은 의도로 전화를 주셨지만 3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결과는 `가만히 있어` `하지 마`였다”며 “혁신하기 위해 왔지만 결론은 혁신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6·1 지방선거 전 박 전 위원장이 제시한 혁신안은 당 내홍을 불러왔다는 이유로 선거 패배 요인으로까지 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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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 성향을 떠나 이 대표가 국민의힘의 변화에 중심에 서 많은 것을 바꾼 것은 사실이다”라며 “박 전 위원장도 마찬가지지만 당에서 보호해주지도 못할 것이면서 청년을 필요할 때만 쓰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러한 당의 처분에도 두 청년 정치인은 당을 위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 대표는 `분노의 회견` 뒤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토요일 저녁”이라며 “그들이 유튜브에 돈을 쏠 때, 우린 당원이 되어 미래를 준비합시다”라며 오히려 당원 가입을 독려했습니다. 당 대표직에서 `해임`을 당할 위기에 있고, 탈당과 함께 창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당원 가입 운동을 이어간 것입니다.
박 전 위원장도 같은 날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되게 사랑하지만 바꾸고 싶은 곳이다. 제가 계속 있어야 할 곳”이라며 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자리에서 내몰리는 와중에도 자신의 뜻을 소신있게 밝히는 청년 정치인들이지만 `여의도 국회`라는 섬엔 이들을 위한 자리는 오늘날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두 자리는 수천 명의 청년을 대변하는 자리를 뜻하기도 합니다.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이 날로 커지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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