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더 높아진 중국 무역 의존도, 이젠 벗어날 때

  • 등록 2023-01-31 오전 5:00:05

    수정 2023-01-31 오전 5:00:05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경기가 그나마 하반기에 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중국이 작년말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4~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6.9%(2022년·홍콩 포함)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인 만큼 우리나라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향방이 중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작년 6월 발표한 ‘우리경제 수입공급망 취약분석’이라는 제하의 조사통계월보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전체 5381개 품목 중 44.2%, 2381개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수입품 중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공급망에 얽혀 있어 한 쪽이 막힐 경우 연쇄적으로 수입이 불가한 데다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품을 대체하기 어려운, 일명 ‘수입 취약 품목’ 역시 39.8%, 2144개로 집계됐는데 이러한 취약 품목의 21.9%가 중국으로부터 집중됐다. 중국이 없으면 수입도, 수출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코로나19를 겪는 3년의 세월 동안 글로벌 공급망 중단·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자국 우선주의와 미국·중국간 무역분쟁 등 신냉전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 제재 건수는 2019년까지만 해도 1000건이 안 됐으나 2020년 1500건, 2021년 2500건에 근접할 정도로 급증했다. IMF는 무역 분절화로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를 가진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2021년 10월 요소수 수출을 중단했고 그 해 11월엔 알루미늄·마그네슘 수출을, 작년 3~4월엔 와이어링 하네스(내부 전선 뭉치)·ACU(에어백 통제 장치) 수출을 중단했다.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화물차가 멈춰야 했고 와이어링 하네스 등을 수입하기 어렵게 되자 완성차 업계는 감산을 해야 했다. 수출 1, 2위국인 미중간 무역분쟁도 걸림돌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8~2019년 미중 무역분쟁이 벌어지자 우리나라는 최대 4조원의 수출 감소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경제성장률은 2.2%로 당시 잠재성장률 2.5%보다 낮았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마지막까지 유지했던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리오프닝에 나서고 우리나라 역시 30일부터 실내 마스크를 벗는다. 겉모습은 얼추 코로나19가 없었던 3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듯 하지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대변혁’이라고 부를 만큼 전혀 다른 세계일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시절엔 중국이 우리나라 경제를 구해주는 시기는 지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마스크만 벗었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대변혁에 맞설 준비가 돼 있는지는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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