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최근 한국전력(015760)공사가 도맡아 온 국내 송전 사업의 민간 참여 검토 등과 맞물려 민영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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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난방의 핵심 연료인 LNG의 국내 유통은 지금껏 가스공사가 도맡아 왔다. LNG를 직수입하는 민간 발전사가 늘어나며 이들의 직도입 비중은 2005년 1.5%에서 2021년 18.8%로 확대됐지만, 민간 직도입 LNG는 자가소비용으로 사용처가 국한돼 있다.
정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LNG 도매 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했을 때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살핀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발전사나 도시가스 기업은 더 싼 값에 LNG를 사려 할 것이고, 독점적 사업자인 가스공사는 경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실제 정책에 참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재무위기 여파에 민간 역할 확대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지금껏 LNG 국내 안정공급 부담을 오롯이 떠안아 온 가스공사는 2021년 말부터 이어진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맞아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했다. 국제 LNG 현물시세가 10배까지 치솟은 상황에서도 비축량 확보를 위해 구매해야 했던 영향이 컸다. 가스공사의 부채는 작년 말 52조원으로 1년새 17조5000억원 늘었고, 정부의 국내가격 통제로 도시가스 기업에 받지 못한 미수금은 3월말 기준 12조원까지 불었다. 공급망 3법 추진은 재무 여력이 바닥난 가스공사의 비축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수도권 전력 수요 증가를 충족하려면 호남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선로 건설이 시급한데, 현재의 한전은 수조원이 필요한 이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한전도 국내 전기요금 억제 기조 아래 밑지며 파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10조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산업부는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이같은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에너지 부문에서 민간 역할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요금 정상화를 통해 재무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전기협회 등 전기 관련 협회·단체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전기산업 생태계 붕괴가 우려될 정도의 위기감을 느끼는 중”이라며 “전기요금 정상화 지연 땐 한전의 재정난 심화에 그치지 않고 국내 안정 전력공급과 국민 생활 불편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