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文대통령, 박근혜 탓하는 김현미 장관을 믿는가?"

부동산 대책 21번째든 4번째든…"집값 안 잡혀"
김현미 장관 긴급보고, 文대통령의 '시그널'
뜻밖의 '노영민 해프닝'..."文정부 속마음 들켰다"
  • 등록 2020-07-05 오전 12:06:00

    수정 2020-07-05 오전 12:06: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 3년 동안 집값 못 잡고 3년 전 구속된 박근혜 탓하는 김현미 장관을 믿는가?”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이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서 긴급보고를 받은 데 대해서도 “장관이 (청와대에) 불려 갈 때 혹시 무능한 장관을 교체할 의사가 있어서 불렀나 했는데, 지금 구치소에 있는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규제를 풀어서 아직 집값이 오른다고 남 탓하는 주무장관에게 또다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보고 거기서부터 틀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그동안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인사 정책의 실패”라고 주장해왔다. 그가 속한 경실련도 김 장관을 믿을 수 없다며 교체를 요구했다.

21번째든 4번째든…“집값 안 잡힌다”

경실련은 지난달 23일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KB부동산 기준)이 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52% 상승했으며,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합친 기간의 상승률(26%)의 2배 수준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다음날 바로 한국감정원 자료를 근거로 경실련의 발표가 과잉 해석이라며, 현 정권에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은 14.2% 정도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경실련은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4.2% 올랐다면 현 정부는 왜 21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냐”며 “정부 통계가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맞섰다.

지난 2월 27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업무보고에 입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집값 상승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대해 “저희(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가 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과 관련한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받았기 때문에 자금이 부동산에 다 몰리는 시점이었다”며 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또 김 장관은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의 횟수를 두고도 ‘4번째’라고 강조했다. 효과 없이 정책만 남발해 결국 누더기 대책이 됐다는 평가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의 본질은 발표 횟수가 아니라 집값이 안 잡히고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정부가 불식시켜주지 못한 데 있다.

‘김현미 장관 거짓말’ 뜬 뒤 文대통령의 ‘시그널’

지난 1일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실검) 상위권에 ‘김현미 장관 거짓말’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이는 6·17 부동산 대책 내용을 비판하는 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이 단어를 집중 검색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6·17 대책이 나오기 이전에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이번 대책으로 거주지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이 줄어 대책의 소급적용을 받아 피해를 보고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회원 수 8000명을 넘어선 이 카페는 4일 ‘신도림역 집회’에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국토부 전 직원 및 가족의 부동산 거래 내역 조사를 요청합니다’를 포함해 대책 재검토를 요구하는 청원이 120건 이상 올라와 있다. 추천순으로도 6·17 대책 관련 청원 10여 건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3만 명이 동의한 청원의 청원인은 “무주택 서민을 투기꾼 취급하는 국토부 장관과 관계부처 공무원들이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그들의 부동산 거래내역부터 조사해보자”고 주장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공교롭게도 김 장관에게 문 대통령이 긴급 보고를 지시한 지난 2일 문 대통령의 지지율 50%대가 무너졌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9.4%로 약 4개월 만에 50% 아래로 내려왔다. 특히 30대 지지율이 46.5%로 전주 대비 7.4%포인트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리얼미터는 “30대는 정치 문제보다 경제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부동산 이슈가 민감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사전예고 없었던 김 장관의 긴급 보고는 문 대통령이 시장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는 시그널로 보였다.

문 대통령은 보고에 앞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10억 반포 말고 3억 청주 집”…“文정부 속마음 들킨 해프닝”

그러나 뜻밖의 해프닝이 또 다른 뒷말을 낳았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보유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 가운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참모들에게 이달 안에 집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재차 권고했다.

노 실장은 스스로 권고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아파트 2채 가운데 1채를 매물로 내놨는데, 시세 3억원에 가까운 청주시 소재의 아파트만 내놓고 10억원 넘는 서울 반포의 아파트는 계속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노 실장이 반포의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고 브리핑했다가 뒤늦게 정정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4동 한신서래아파트(사진=연합뉴스)
이에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는 “문 정부가 왜 이토록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는 이 상징적 해프닝만 봐도 알 수 있다”며 “해프닝으로 보기엔 문 정부의 속마음이 너무나 결정적으로 들켜버렸다”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도 김은혜 대변인을 통해 “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으니 팔지 말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냐”고 지적했고,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 역시 “솔선수범하면서까지 강남 아파트를 지킨 노 실장의 행동 덕에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대해 긴가민가하던 국민은 확실한 ‘시그널’을 받았다”고 논평했다.

도시재생전략포럼 공동대표인 김현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통령의 정책보다 강남 아파트를 더 믿는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6·17 대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만큼 효과를 논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인 더불어민주당은 달라진 기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해찬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서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당에서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7월 임시국회에서 종부세 후속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여론 악화의 기폭제가 된 다주택 공직자의 주택 처분을 촉구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회복이 급선무”라며 “이런 시기에 청와대 참모들이 다주택 처분 권고를 받고도 일부 참모들이 아직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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