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법률서비스]②시장 포화에 존재감 커진 비대면서비스

국내 변호사 수, 2006년 1만→2014년 2만→지난해 3만 급증세
사건 수, 2008년 1791만 건→2018년 1765만 건 '정체'
코로나19 여파, 중소 로펌 주로 맡던 형사·가사 사건 의뢰↓
YK, 생존 위해 비대면 활용 전국화 선택…코로나에 성과 주목
  • 등록 2020-09-29 오전 5:10:00

    수정 2020-09-29 오전 7:10:22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대신 소장을 받았다. 평소 같으면 A씨가 한국에 들어와 일을 처리했겠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자가격리 때문에 쉽게 입국을 결심하지 못했다. 법무법인 YK는 A씨에게 화상 회의를 제안했고 A씨는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와 동일한 법률서비스를 제공 받았다.

지방에서 군 복무 중인 B씨는 본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중요 참고인을 찾았다. 다만 여건상 서울까지 와서 일을 처리하기 어려웠다. 법무법인 YK는 B씨에게 화상 통화를 제안했다. 담당 변호사는 참고인과 B씨를 화상 통화로 연결해 유리한 증거를 눈으로 직접 보여줬다.

법무법인 YK 서울 본사 변호사들이 지점 변호사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YK)


종전엔 대면서비스에 치중했던 법률시장에 비대면 방식 도입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소위 10대 로펌으로 불리는 대형 법률사무소가 담당 분야 확대에 치중하는 동안 일부 중소 로펌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전국으로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

법률 서비스시장에서 비대면 방식을 강화하는 목적은 로펌과 의뢰인 간, 서울 본사와 지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현재 국내 법률시장은 급증하는 배출 변호사 수에 더해 코로나19 확산 사태까지 겹치며 침체를 겪고 있다는 평가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만명을 넘은 등록 변호사 수는 2014년 2만명, 지난해 3만명 등 급증 추세다. 반면 사건 수는 계속 정체 상태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체 사건 접수 건수는 1765만1498건으로 10년 전인 2009년 1791만728건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여파는 법률시장까지 미치고 있다. 조인선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대기업·부유층을 상대하는 대형 로펌과 달리 중소형 로펌들은 주로 중소기업, 일반 형사·가사·노무사건을 맡는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의 활동도 줄고 경제도 위축돼 사건 의뢰 건수도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비대면서비스가 자연스레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법인 YK를 비대면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업체로 평가한다. 사실 로펌 업무 특성상 비대면서비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상당수 상담을 비대면의 한 분야인 통화(전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단순 통화에서 이메일·메신저, 더 나아가 화상회의로 발전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법무법인 YK가 비대면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지방 사무소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다. 조 변호사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법률시장은 이전부터 포화 상태였다”며 “회사에서 돌파구로 찾은 게 지역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YK는 지난해부터 지역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수원·안산과 같은 수도권부터 광주·울산·부산까지 확장에 성공해 본점 포함 총 9개의 거점을 구축했다. 문제는 인력 운용이다. 법무법인 YK의 변호사는 80여 명. 서울에는 50여 명의 변호사가 일하지만 각 지역사무소에는 3~6명의 변호사만 상주한다. 꾸준히 신규 변호사를 채용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개소 계획인 4개 지점까지 포함하면 변호사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 본점과 같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가 비대면 서비스다. 법무법인 YK는 각 지점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설치했다. 화상회의 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코로나 상황에서 화상수업으로 주목을 받은 ‘줌’(Zoom)이다. 카메라·마이크 설치에도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이와 함께 기존 비대면 수단인 카카오톡 등 메신저나 메일도 수시로 사용하며 본점-지점 간 정보를 공유하고, 직접 방문할 수 없는 의뢰인과 소통을 이어 나간다.

이 같은 법무법인 YK의 비대면 서비스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코로나 사태로 쉽게 입국할 수 없는 외국 주재 재외국민은 물론,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는 의뢰인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오랜 시간 회사를 비울 수 없는 중소기업 대표들에게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호응은 좋다. 특히 지방 산업단지 소재 기업 대표들에겐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피하는 것은 물론 오며 가며 소요되는 하루에 달하는 불필요한 시간을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어 더욱 인기가 높다.

조 변호사는 법무법인 YK가 전국화와 비대면 서비스로 활로를 찾은 것처럼 다른 중소형 로펌들의 생존 전략 찾기도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올해만큼 힘든 해는 경험하지 못했다.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하던 올 봄은 `보릿고개`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며 “중소형 로펌일수록 향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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