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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급락 막자…휴일 사과·해명에도 주가 뚝뚝
윤동한 한국콜마(161890) 회장은 지난 11일 서초구 내곡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모든 책임을 지고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가 한일 문제 관련 처신으로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 7일 임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게 해 논란이 일었다.
윤 회장이 휴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한 배경에는 한국콜마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주가 하락을 막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콜마는 지난 9일 4.88% 급락한 4만7750원에 장을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장이 열리는 월요일 이전에 사태를 수습하고 주가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윤 회장의 사퇴가 사태 진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사태가 진정되면 복귀하는 전례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 회장과 아들인 윤상현 총괄사장이 한국콜마의 최대주주인 한국콜마홀딩스(024720) 주식 45.61%(818만2008주)를 보유하고 있어 주요 의사 결정에서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주주들이 냉랭하게 반응한 이유로 꼽힌다.
보여주기식 기자회견 염증…진정성 없다 지적도
한 주전인 이달 4일에도 문은상 신라젠(215600) 대표가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이러스 기반 항암제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에 대한 조기 종료를 밝히고 수술 전 종양 크기를 줄이는 ‘술전요법’ 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상 기대감에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하던 시기 문 대표 보유 주식과 특별관계자인 매도 물량까지 합쳐 총 2000억원 이상을 현금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여주기식 기자회견은 회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천억대 차익 실현과 최대지분 보유 등이 알려진 상황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사과나 해명을 한다고 해서 사태 수습으로 이어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시나 보도 이전에 회사 측에서 이미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텐데도 일이 터지고 나서야 기자설명회를 여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발 빠른 대처와 설명, 진심 어린 사과,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