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김기현, 전현직 與당대표의 얄궂은 운명[국회기자 24시]

국민의힘, 9개월 만에 다시 비대위 체제로
''윤심'' 김기현, 10·11 보선 참패에 ''내리막''
마지막까지 이준석-이상민-나경원 ''당대표 행보''
  • 등록 2023-12-16 오전 10:54:19

    수정 2023-12-16 오전 10:54:19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9개월 만에 ‘임시 수장’ 체제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13일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섭니다. 이번 사태의 불똥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관계로 튀었습니다. 수직적 당정 관계가 당대표 공백 사태를 불러왔다는 주장입니다.

당권 레이스 초반엔 지지율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물던 김기현 당시 당대표 후보가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50%를 넘는 득표율로 당권을 쥘 수 있던 배경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었습니다. 친윤(親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김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덕이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지난 3월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후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기현 지도부에 항상 따라다녔던 꼬리표는 ‘용산의 여의도 출장소’였습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잘 보여줬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전 구청장의 실형 선고로 치러지는 선거였던 만큼 당헌·당규상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던 찰나였습니다. 김 전대표도 “299개 기초 지자체장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표현했습니다.

8·15 광복절 사면 대상에 김태우 전 구청장이 포함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사면·복권 된 김 전 구청장은 국민의힘이 후보를 낼지 결정이 안 된 상황에서 선거 사무실까지 꾸렸고 결국 국민의힘은 후보를 공천하기로 했습니다. 당 전체가 강서구로 달려가 전폭적 유세 운동도 펼쳤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17%포인트 차이로 참패했고 김기현 지도부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김기현 지도부는 임명직 당직자를 수도권 지역구 의원 중심으로 전면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에 맞닥뜨렸습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던 새 내년 총선에서 서울 의석 수가 49석 가운데 6석에 불과하리란 자체 판세 분석 결과까지 더해지며 김 전 대표는 더욱 궁지에 몰렸죠.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민의힘 당대표실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황상 김 전 대표는 마지막까지 당대표직을 유지하려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13일 당대표 사퇴 발표로부터 6시간여 전인 오전 11시께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만났습니다. 약속이 돼있었다지만 당대표직에서 사퇴할 계획이라면 굳이 만날 이유가 없었겠죠. 이 전 대표가 만남 사실을 밝히자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당 창당과 관련한 당내 여러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이 전 대표를 만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무소속 의원, 나경원 전 의원과도 연달아 만난 것 역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대표의 결단이 늦어지는 데 격노했다’는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5월 이후 19개월 동안 당대표가 ‘정상적으로’ 여당을 이끈 기간은 절반뿐이었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는 과연 건강한 것일까요. 세 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선 이 시점, 당정 관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이젠 대통령실이 답할 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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