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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지금까지처럼 기본적으로 국제무역의 비교우위 원칙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목적인 국산화 논리에 사로잡혀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R&D)을 추진하기보다는 시장의 논리로 기업들에 해당 문제를 맡겨야 한다는 게 김 총장의 생각이다.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목적으로 추가경정예산 등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R&D 제도도 대폭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에서 오히려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이어 김 총장은 “우리도 과거에 비해 관련 분야에서 많은 기술을 확보했지만 가격 경쟁력과 시장의 크기를 고려해 봐야 한다”며 “가령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 시장에 들어가서 일본과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EUV 포토레지스트는 지난달 4일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이유로 수출 규제에 나선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중 하나다. 일본이 수출 규제 30여일 만인 지난 7일 삼성전자에 예외적으로 수출 허가를 내준 품목이기도 한 EUV 포토레지스트의 우리나라 대일 수입의존도는 91.9%에 달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또 다른 수출 규제 품목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서도 90%, 불화수소에서도 70%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는 당장 압도적인 점유율의 일본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는데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만 보고 해당 품목들을 생산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게 김 총장의 견해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기업에 최대한 자유를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총장은 “결국은 소재부품쪽 기술 확보는 기업이 할 일이고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제1차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에서 “일본기술 추격에는 5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제한 뒤 “수출과 무역은 모두 기업간 거래”라며 “기업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 총장의 주장은 박 회장의 이 같은 언급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김 총장은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처럼 정치적 상황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관련 기술이 무역무기화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호흡을 갖고 자체 R&D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총장은 “이번 사태를 각성의 계기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뭘 해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중장기적인 호흡을 갖고 단계적으로 국산화할 수 있는 것은 해나가면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