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2014년 4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민족' 애국 마케팅 대성공
"00도 우리 민족이었어" 이슈몰이도
독일계 DH에 매각 후 , '배신의 민족' '게르만 민족' 비판
  • 등록 2020-01-18 오전 8:00:00

    수정 2020-01-19 오후 1:21:06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대상도, 출처도 밝히지 않고 단 한 줄의 카피로 대체된 광고. 2014년 ‘배달의민족’ 광고는 충격적이었다. 단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물음 하나로 배달 전문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알리고, 우리 자본으로 만들어진 우리 민족의 회사라는 동질감을 자아냈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배달의민족 광고(사진=배달의민족 공식 유튜브 캡처)
해당 광고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광고가 론칭된 2014년 배달의민족이 사용한 매체 비용은 경쟁사인 ‘요기요’의 3분의 1 수준. 마케팅 효과가 너무 좋아 계획했던 만큼 TV 광고를 송출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지금도 배달의민족 광고는 마케팅의 훌륭한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일종의 신드롬이 된 배달의민족 광고를 제작한 곳은 LG 계열의 종합광고대행사 HS애드다. HS애드는 배달의민족 광고 외에도 수많은 히트 광고를 만들어 내 업계에서 입지를 굳힌 유명 광고대행사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란 대사로 유명한 대한항공 광고, ‘쓱’이란 단어를 널리 알린 SSG닷컴 광고도 HS애드의 작품이다.

배달의민족이 이 광고로 얻은 바도 크다. 이 광고 이후로 소비자들은 독일계 자본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운영하는 요기요보다는 배달의민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요기요가 배달통을 인수하면서 독일 자본 침투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며 배달의민족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지도는 더욱 높아졌다. 기세를 탄 배달의민족은 HS애드와 손잡고 “OOO도 우리 민족이었어”라는 문구로 애국 마케팅을 진행해 지속적인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배달의민족이 광고대행사 HS애드를 위해 낸 헌정 광고. 왼쪽부터 2014년, 2015년, 2019년 광고.(사진=HS애드 공식 페이스북)
HS애드의 활약에 배달의민족은 3차례에 걸친 ‘헌정광고’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HS애드에서 만든 광고가 각종 광고제를 휩쓸자 배달의민족은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수상을 축하하는 헌정광고를 냈다. 2019년에는 기존 배달의민족이 사용하던 광고 문구를 활용해 광고대행사에 대한 예의를 표했다. 광고주가 광고회사의 헌정광고를 만들어 집행한 건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만큼 HS애드 광고가 배달의민족에 가져다 준 유무형적 효과가 상당했다는 방증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배달의민족을 정상으로 끌어올린 이 광고가 족쇄가 돼 돌아올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13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요기요 운영사인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다. HS애드의 광고로 우리 민족, 우리 자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던 배달의민족이 독일 회사에 팔리자 소비자들은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알고보니 ‘배신의 민족’, ‘배다른 민족’, ‘게르만 민족’이었다며 비아냥거렸다.

특히 매각을 진행하며 쿠팡을 간접적으로 언급해 큰 역풍을 맞았다. 합병 결정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배달앱 시장 진출에 따른 위기감이 합작사 설립의 주요 배경이라고 언급했다. 누가보더라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는 쿠팡을 저격하는 내용이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러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국내 1위 배달 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는 사실이지 그 주체가 일본인지, 독일인지가 아니었다. 배달의민족이 한국 소비자를 상대로 애국 마케팅을 벌여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이를 해외 기업에 넘겨 한국 소비자들의 효용을 떨어뜨렸다는 게 비판의 주된 골자이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 매각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은 DH가 사실상 100% 독점한다. 이에 따라 배달수수료 상승 등 본격적인 독과점의 폐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요기요는 일부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인상해 비판받은 바 있다. 요기요 측은 “프로모션 종료에 따른 수수료율 정상화 과정으로 부당한 인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사실 배달의민족의 경우 힐하우스캐피탈이나 세콰이어캐피탈 등 해외로부터 자본을 유치한 시점에서 국내 자본만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이는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들 대부분도 비슷한 실정”이라며 “다만 애국 마케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바람에 그만큼 반동이 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