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스타트업 등 초기 기업 투자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도 DS자산운용 등 기존에 비상장 초기 기업 투자에 전문성을 갖춘 운용사가 있었지만, 최근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스타트업 투자에 진출하는 운용사가 늘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벤처기업 성장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어 향후 관련된 움직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와 업무협약을 맺고 디데이행사를 개최했다. 디데이는 매달 마지막주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행사다. 이지스운용은 관련 네트워크가 쌓이면 고유자금으로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사가 고유자금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부동산 이외에도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 등으로 투자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사모 자산운용사인 밸류시스템자산운용도 그간 메자닌(Mezzanine)을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투자 영역 확대를 위해 2017년부터 벤처캐피탈(VC) 설립을 준비, 작년 하반기 ‘에이벤처스’를 설립했다. 현행법상 자산운용사는 VC를 설립하거나 소유할 수 없지만, 지주사인 ‘골든에그’가 있어 가능했다. 에이벤처스는 작년 말 민간자금으로 1호 펀드를 결성했고, 내달 250억원 규모로 2호 펀드가 조성될 예정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벤처기업 투자 규모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커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자산운용사가 꾸준히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 6일 ‘제2 벤처붐’ 확산을 위해 오는 2022년까지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Scale-Up)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시장에 투자금이 많이 풀린데다, VC도 많이 늘어난 상태라 신규 플레이어들이 단기에 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자산운용사 스타트업 투자가 보다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세제혜택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벤처투자의 판을 더 키우려면 정책 자금 뿐만 아니라 민간자금이 유입되는 것도 중요하다”며 “VC들이 운용하는 펀드처럼 매매차익에 대한 세제혜택을 자산운용사들에게도 제공하면 스타트업 투자가 보다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