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인은 “해킹당한 사실을 알게 된 후 계정 탈퇴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번개장터 측에 탈퇴조치를 요구했지만 본인확인을 위한 자료를 번개장터에 제출하고,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직접 신고를 한 뒤 해킹이 확인될 시에 탈퇴를 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중고거래 어플인 ‘번개장터’의 해킹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계정을 해킹 당한 피해자들이 번개장터 측에 계정의 탈퇴를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직접 경찰에 신고를 하라”는 답변이었다. 해킹 피해자에게 되레 사건 해결을 전가하는 번개장터 측의 대처에 소비자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해킹 당한 피해자가 해킹 사실을 입증해라? 번개장터의 앵무새 답변
20대 중반의 A씨는 오랜만에 ‘번개장터’에 접속했다가 크게 당황했다. 다른 이용자로부터 4회 이상의 신고를 받아 계정이 영구 차단된 상태였던 것. 알고 보니 모르는 사이 해킹범이 자신을 사칭해 허위 판매 게시물을 올린 것이었다.
A씨는 급하게 비밀번호를 변경하려 했지만 차단된 계정은 비밀번호 수정도 불가했다. 탈퇴 역시 할 수 없었다.
A씨는 고객센터에 전화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해킹을 당해서 계정을 탈퇴하고 싶다’는 일대일 문의 글을 올렸다. 이마저도 제대로 된 답변이 오지 않아 2주간 매일 탈퇴를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저희 측 권한으로 계정 도용 및 해킹에 대해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 관계로 경찰서를 통해 신고 접수를 하라”는 것이었다.
B씨 역시 계정이 해킹당한 사실을 안 뒤 번개장터 측에 계정 탈퇴를 여러 번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A씨와 같았다. “경찰 측에서 문제가 있음으로 판단할 시 저희 측(번개장터)에 협조 요청을 하는 경우 최대한 돕겠다”는 것.
A씨는 계정 해킹 피해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나와 같은 피해를 입으신 분들 모두가 ‘경찰에 직접 신고를 하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받았다”며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앵무새 같은 반복적 답변에 피해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모르쇠’... 이 문제 누가 해결해주나요
계정 해킹 피해와 탈퇴의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들이 늘면서 ‘번개장터 탈퇴 꿀팁’ 후기라는 글이 오히려 큰 관심을 받는 상황마저 연출되고 있다.
A씨는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서에 전화했다. 해킹범을 잡기까지 3~4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경찰 측에 '최근 해킹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 집중 조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이 일 말고도 사건이 많다'라는 답이 돌아와 크게 당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국민 신문고 등에 자신의 피해 사례를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결국 그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 번개장터 측에 통신사 가입 증명서를 보내 '본인'임을 확인받은 뒤에야 몇 주만에 계정을 탈퇴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아예 계정 탈퇴를 포기했다.
C씨는 "해킹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경찰서에 직접 방문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후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복잡한 절차를 밟을 여유가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묵묵부답 번개장터... 전문가 "기업이 귀찮아서 피하는 것"
번개장터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회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4조에 따르면 정보주체는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하여 개인정보처리 정지, 정정·삭제·파기를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본인 확인을 거친 다음에 계정을 삭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탈퇴와 같은 개인정보 파기 전 '본인 입증' 절차가 필요한데 행여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그 절차를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 해킹 사례를 개인이 조사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라며 "경찰청이나 방통위 등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수사·도움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