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1조 HMM, 매각 관전 포인트는 [마켓인]

매각 기대감에 HMM 주가 이번 달 약 20%↑
지분+CB·BW 등 영구채, 인수 측 부담 요인
영구채 어떻게 처분할지가 관건일 수도
  • 등록 2023-01-31 오전 6:23:27

    수정 2023-01-31 오전 8:31:02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11조원 가까운 몸값이 기대되는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011200)의 매각 기대감이 커지면서 거래 성사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가치만 4조원 정도인데다 이들이 보유한 영구채까지 감안하면 인수자 측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관계기관이 최적의 매각 형태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HMM 매각 관련 업무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기대감 속에 HMM의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기준 1월에만 20.41% 상승하며 2만3300원까지 올랐다. 시가총액은 10조~11조원에 육박한다.

HMM은 산업은행(20.96%)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6%), 신용보증기금(5.02%) 등 공공부문이 45%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주주가 보유한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모두 주식을 전환하면 지분율은 70%대로 높아진다.

문제는 향후 인수 의향이 있는 대기업 그룹 입장에서는 이 같은 잠재 물량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이들 메자닌이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5억3600만주에 달하는 보통주가 새로 발행된다. 현재 상장된 주식인 약 4억8900만주를 뛰어넘는다.

남은 영구채들의 전환가액은 모두 5000원인데 이는 현재 주가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향후 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돼 시장에 풀린다면 인수 측의 지분율이 급격히 줄어들 뿐 아니라 그 이후 출회되는 매도 물량 역시 역시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 지난 2021년 산업은행이 3000억원, 해진공은 6000억원 규모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이익을 추구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배임”이라며 “거둔 수익이 정책금융 재원이 된다”고 밝히며 주식 전환의 당위성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주식 전환 발표 다음 날 HMM의 주가는 9% 가까이 빠지며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공적인 목적으로 지원한 자금을 이익으로 실현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의 핵심이 영구채의 처분 방식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자 측 부담을 줄이려면 당장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영구채 형태로 보유하는 것이 낫다. 현재로서는 매각을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산은과 해진공이 당장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된다. 영구채 역시 점진적으로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산은과 한진공의 지분 및 영구채의 매각 방식이나 인수후보 관련사항은 추후 관계기관 사이의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일각에서 제기된 ‘정부·산은 등이 차관급 회의를 열고 HMM 매각을 위한 컨설팅 일정을 확정하거나 포스코그룹을 1순위 잠재 원매자로 설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관계기관 사이에 합의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2022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제기되는 HMM 인수 가능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컨설팅 자문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보냈다는 내용 역시 완전히 소설”이라며 “한진공, 해수부, 금융위 다 같이 협의해야 하는 사안으로 관련사항이 확정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역시 매각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HMM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3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추정돼 전년 동기 대비 14.1%, 38.2%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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