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대표적인 생산직 중심의 노조를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에서도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했다. MZ세대(2030세대) 중심으로 공정한 성과급제를 주장하는 사무직 노조가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기업 인사제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왼쪽부터)김경락 대상 노무법인 대표공인노무사와 이건우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위원장, 조대호 부위원장. (사진=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 |
|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은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통상 노동청은 신고서 접수일로부터 3일 이내 설립 필증을 교부하기 때문에 29일쯤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가 공식 출범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직원들은 500명 정도지만 향후 가입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에서 젊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사무연구직 노조를 결성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IT업계 뿐 아니라 기존 제조업 기반 대기업으로 확장됐다. LG전자와 금호타이어, 현대중공업에서는 이미 사무연구직 노조가 설립됐다. 넥센타이어 등에서도 사무직 노조 설립이 추진 중이다. 손보영 대상 노무법인 노무사는 “MZ세대는 불공정함을 참기보다는 시정을 요구하는 세대인 데다 온라인 소통 방식에 익숙해 의견을 모으는 데까지 신속했다”며 “축적된 문제를 가지고 회사에 요구하기 위해 노조라는 소통창구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사무연구직 노조가 당장 노무관리나 노노갈등 등 기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사무연구직 노조가 제조업 기반 대기업의 기존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무연구직 노조는 생산직 중심의 성과급과 연봉, 인사평가 체계로 인해 사무직 노동자가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무연구직 노조가 공정한 평가 구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들을 중심으로 성과 위주의 연봉 체계가 확산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산업이 디지털화되고 기업 성장도 연구개발과 M&A(인수합병), 스핀오프(회사분할) 등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이 이를 실행하고 주도하는 MZ세대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무연구직 노조가 사측과 어떻게 협상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노조를 견제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는 자신들의 성취로 성과를 받으려고 하고 능력개발도 하는 데 그런 변화를 만들어가는 측면에서 MZ세대의 움직임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기업은 사무연구직 노조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연공서열임금체계 등 변화시킬 부분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