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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어린이날 선물을 제대로 받았다. 유희관의 호투가 그 선물의 내용이었다. 유희관이 데뷔 첫 선발등판에서 감격적인 첫 승을 따냈다.
4일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매표 36분만에 티켓이 모두 동이 날 정도로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어린이날 ‘한지붕 두가족’ LG와 두산의 맞대결은 매년 화제를 모으는 빅매치기도 하다.
그러나 선발 카드는 ‘빅매치’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다소 약해보였다. 유희관(두산), 신정락(LG) 모두 크게 주목을 받던 선수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난타전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이들이 호투에 라이벌전은 투수전 양상을 띄었다. 4회까지 단 한 점도 서로 내주지 않으며 피말리는 접전을 이어갔다. 빅매치다운 열띤 투수전은 두산, LG 팬들을 더욱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단연 유희관이 있었다.
니퍼트의 부상으로 깜짝 선발로 나선 유희관이 선발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경기였다. 2009년 데뷔 후 첫 선발등판임에도 불펜에서 보여준 대로 안정적인 제구로 LG 타선을 막아냈다. 고비는 있었지만 맞춰잡는 피칭으로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직구는 물론 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제구가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면서 좋은 결과를 냈다. 그야말로 완벽 제구였다.
제구가 약간 높았던 1,2회가 최대 고비였다. 1회 2사 2,3루 위기. 전날(3일) 경기에서도 초반 선취점을 뺏기며 어려운 경기를 치렀기에 유희관의 어깨는 무거웠지만 다음 타자 정성훈을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바깥쪽으로 빠지는 변화구로 좌익수 뜬공 처리했다.
3회부턴 더욱 안정적인 피칭이 이어졌다. 맞춰잡는 피칭으로 중심타선을 모두 범타 유도했고 4회도 8구만에 마무리했다. 선두타자 이대형을 내야안타로 내보낸 5회엔 오지환은 낮은 공으로 병살 처리했다.
에이스 니퍼트가 약간의 부상이 있는데다 또 다른 용병 올슨도 복귀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노경은, 김선우 등도 예전만큼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 선발진에 위기가 올 수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유희관의 호투와 선발로서의 가능성은 두산으로선 향후 마운드 운용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화수분 야구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두산은 어린이날 선물을 제대로 받은 셈이었다.
경기 후 유희관은 “기분 좋다. 어제 팀 패배로 분위기가 다운될 수 있었는데 길게 던지기보단 짧게 간다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던졌다. 상무에서 선발 경험이 있어서 큰 부담없이 경기에 임했다. 수비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운이 좋았다. 초구 변화구로 타이밍도 빼앗고 공이 느린 만큼 상대 타선의 시선을 빼앗으려고 노력했다. 구속은 느리지만 컨트롤이 좋다는 믿음으로 자신있게 던졌다. 많은 조언과 기회를 주신 코칭스태프,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