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와 시애틀 그리고 '카노-켐프-프라이스' 싹쓸이 야심

  • 등록 2013-12-06 오후 5:17:57

    수정 2013-12-09 오후 2:53:15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는 지난 2001년 정규시즌에서 116승46패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다.

1998년 무적의 뉴욕 양키스(월드시리즈 4승무패 우승)가 기록했던 114승(48패)을 깨고 그 세월도 까마득한 1906년 시카고 컵스와 역대 한 시즌 최다승 타이를 이뤘다.

현대 메이저리그의 162경기 체제 하에서 시애틀이 최고승률 0.716(1906년 컵스 154경기 승률 0.763) 및 최다승을 작성했다. 프로 스포츠의 틀이 갖춰진 1960년대 이후 특히나 어렵다는 대장정의 프로야구 정규시즌을 ‘마의 7할 승률’로 마무리한 구단(이전 최근 195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154경기 111승43패 0.721, 1998년 양키스 162경기 0.704)으로 우뚝 섰다.

‘맹장’ 루 피넬라가 이끌던 그해 시애틀은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스즈키 이치로가 합류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매일 꽉꽉 들어찬 홈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치로는 기존의 브랫 분, 에드가 마르티네스, 존 올러루드, 마이크 캐머런 등과 어우러져 시애틀의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무시무시한 포스를 완성했다.

그 결과 이치로는 데뷔 첫해 1975년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의 프레드 린 이후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 신인왕, 골드글러브’ 등 3관왕을 동시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2003년(93승69패)까지 비교적 순항하던 시애틀은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2004시즌(63승99패)에 접어들어 급격히 몰락하더니 이후 10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분과 마르티네스, 올러루드 등 중심을 잡아주던 클럽하우스의 베테랑들이 노쇠하거나 사라지면서 그 막강하던 팀 캐미스트리(화합)가 깨진 걸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공교롭게도 이때쯤 해서 이치로가 팀내 리더급으로 떠올랐지만 야구장 안팎에서 리더 역할은 고사하고 오히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선수(미국식 리더십과는 동떨어진 행동이었던 것으로 추정)라는 평가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시애틀은 지난 10년간 감독과 단장을 몇 차례 바꾸고 프랜차이즈 스타 켄 그리피 주니어를 다시 데려오는 등 팀 캐미스트리 회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좋아지지 못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치로는 2012년 7월 결국 양키스로 트레이드됐고 시애틀은 비로소 ‘이치로 원맨팀(이치로만 잘하는 팀)’이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났다.

그로부터 1년6개월이 다시 흐르고 맞은 올겨울 시애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치로의 오랜 그늘을 확실히 걷어내고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고 대대적인 팀 개편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억달러를 원해 양키스마저 고개를 돌린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 로빈손 카노(31)에 시애틀은 최대 10년 2억4000만달러(보장금액 9년 2억2500만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노는 협상을 위해 직접 시애틀 행 비행기에 올랐고 이내 계약이 유력시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시애틀은 FA 외야수 추신수(31) 영입전에서 가장 강한 관심을 나타내는 4개 구단 중 하나로 밝혀졌다. 다만 추신수보다는 LA 다저스에서 트레이드 매물로 나온 맷 켐프(29)에 더 군침을 흘리고 있다.

켐프에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시애틀은 다저스가 꼭 필요로 하는 젊은 좌타자 3루수 카일 시거(26·2013시즌 160경기 타율 0.260 22홈런 69타점 9도루 등)를 데리고 있고 영건 불펜투수 또한 다수여서 다저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최적의 팀으로 평가받는다.

시애틀의 환골탈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미국 지상파인 ‘CBS 스포츠’는 협상에 관계된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매리너스가 좌완특급 데이비드 프라이스(28·탬파베이 레이스)를 데려갈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다저스가 프라이스를 위해 팀내 유격수 유망주 코리 시거(19)를 내주길 주저하는 사이 시애틀은 마이너리그 전체를 통틀어 최고투수 유망주로 손꼽히는 타이주안 워커(21) 카드를 내던졌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워커에 팀내 넘쳐나는 유망주 2-3명을 포함시킬 경우 그 어느 팀보다 솔깃한 제안으로 탬파베이는 이 트레이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워커(193cm·우완)는 90마일 중반대의 패스트볼(빠른공)과 커브,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등을 던지는 강속구투수다. 미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하나로 성장할 것이라는 스카우트들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3시즌 71승밖에 거두지 못했던 시애틀이 올겨울을 기점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분위기만큼은 ‘어게인 2001’의 기운이 풍기고 있다.

바람대로 카노와 켐프, 프라이스를 모두 품에 안는다면 시애틀은 오랜 침체기를 딛고 내년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포스트 이치로’ 시대의 서막을 본격 열어젖힐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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