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진단③]우리 아이돌이 `노예`? 외국은 어떤데?

  • 등록 2011-06-16 오후 4:13:17

    수정 2011-06-21 오후 3:20:18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K-팝(POP)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까지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이 잇달아 한류 열풍의 어두운 이면을 지적하고 나섰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어린 가수들에 대한 장기간의 불평등 계약, 이른바 `노예 계약`이 존재하고 그 관행이 고쳐지지 않으면 훗날 한국 연예계의 문제점만 부각될 것이란 내용의 보도들이다.

관련 소식을 접한 국내 연예계는 한국에 대한 몰이해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편협한 시각이라며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또 일부 팬들은 `우리 오빠 혹은 여동생들이 노예라는 말이냐`며 해외 매체가 한류를 깍아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발끈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지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때 혐한(嫌韓)에 열을 올리며 성 상납 등을 운운하던 일부 중국과 일본 매체들에 비하면 이들의 지적은 냉철한 수준이다. 이들은 왜 그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또 우리와 그들이 다른 점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도 있다.

◇ 국내 연예 제작 환경의 명암 한류 열풍의 핵심으로 많은 관계자들은 국내 연예기획사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꼽는다. 어린 나이에 캐스팅된 연예인 지망생은 짧게는 3년, 길게는 7~8년에 걸친 혹독한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소위 기획사에 의해 `키워진` 뒤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이는 곧 비슷한 다른 나라의 신인급들과 비교했을 때 우월한 경쟁력을 갖게 하는 장점이 있다. 결국 이러한 시스템이 지금의 한류 열풍을 불러왔다고 많은 관계자는 인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해당 기간 집중적인 투자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소속사에서는 가수들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높아진 후에야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만큼 장기간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를 갖게 한다.   이를 외국에서 보기에는 연예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간의 소위 `노예 계약`으로 비쳐질 여지가 크다. 여기에 툭하면 발생하는 전속계약 분쟁은 한국 연예산업의 뿌리 깊은 병폐로 오인받기 딱 좋은 예를 제공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준계약서를 제시하고 각 기획사와 연예인간의 계약기간을 원칙적으로 7년으로 정했다. 덕분에 실제로도 공정위 권고 이후 대부분의 기획사는 신인들과 계약을 맺을 시 5~7년 사이로 지키고 있다.

그러나 연예기획사 측은 여전히 이 계약 기간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소속 연예인에 대한 투자비용 회수를 고려하면 공정위가 제시한 계약기간 최대 7년이라는 기준은 턱없이 짧다는 주장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대형기획사들이 회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신인 트레이닝에 쏟고 있는 마당에, 투자는 많이 했는데 이를 회수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신인 발굴보다 대형 스타 확보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이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선전하는 비결이 바로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라며 “해외에서 이러한 트레이닝 비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까지 찾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계약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연예 산업은 그 특성상 투자 위험이 높고 신인을 육성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그 중 소수만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장기간의 계약기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암암리에 이면 계약이나 불공정 계약이 쉽게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연예인 지망생들의 입장에서도 데뷔의 첫 관문일 수밖에 없는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기 위해 일부 불평등한 조항 쯤은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 미국·일본은?..알고보니 `한국=미국+일본`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우선 미국과 일본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국내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연예인 발탁과 관리 업무를 하는 매니지먼트 팀과 수익 창출의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받는 에이전시 업무의 구분이 명확하다.

미국, 일본의 연예인과 기획사(혹은 매니저)간 계약 형태를 보면 두 국가에 비해 한국의 계약 형태가 선택권이나 권리 등에서 연예인보다는 연예기획사가 우선권을 가지는 조항들이 많다.

일단 미국은 연예인이 전적으로 매니저와 에이전트를 선택해 고용하는 방식이다. 매니저는 연예인의 일정과 재산 관리 등 자문역할을 하고 에이전트는 연예인에게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에이전트는 계약기간과 방식에서도 별도의 기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연예인의 `고용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즉 연예인은 에이전트가 일정기간 활동이나 충분한 고용기회를 자신에게 제공하지 못했을 경우 이들을 업무태만, 계약 불이행 등의 이유로 계약 파기할 수 있다. 이러한 에이전트들은 연예인들 수익의 10%를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은 연예인과 매니저, 에이전트 각각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특히 에이전시는 해당 주에서 공인 에이전시 시험을 통과해야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약 조항에서 불법 상황이 발견되면 자격 박탈 등의 징계를 받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에이전시는 연예인 육성과 관련된 업무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작품 제작에 참여하거나 제작사를 소유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에이전시가 철저히 연예인을 고객으로 여기고 특정 회사에 전속하는 제도도 없기 때문에 매니지먼트사와 에이전시 그리고 제작사가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일본의 매니지먼트 형태는 `월급제`라는 일부 특징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이러한 형태는 연예인이나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신인이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맺고 월급을 받음으로써 소위 연예인이 `한탕주의`의 주체가 아니라 평생직업이라는 의식을 갖게 한다.

이러한 월급제 시스템은 계약자가 소속사에서 먼저 나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속사에서 먼저 방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인기를 얻지 못한 스타라도 관리·보호가 된다. 또 회사는 소속 연예인에게 보다 안정적인 입지를 마련해줌으로써 계약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어 일본 매니지먼트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오는데 큰 몫을 해왔다. 반면 그만큼 경쟁관계가 무뎌지고 발전이 정체되는 단점도 생겼다.

문제는 국내의 경우 미국의 수익배분 구조와 일본의 전속계약 형태의 외형만을 교묘히 결합시킨 구조라는 것이다.   국내 연예 기획사는 소위 연예인을 전속계약 형태로 소속사에 잡아두고 수익 분배는 비율의 형태로 소속사에게 귀속 시키는 형태다. 이러한 형태는 시장 수요가 높은 톱스타 위주의 국내 연예 시장에서 대형 기획사와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더욱 크게 만들었고 이는 곧 더욱 불공평한 계약을 부추기고 소속사의 투명경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국내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의 영세성 및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성시권 대중문화평론가는 "매스미디어에서만 `스타`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신인급 연예인은 방송국에 종속되는 환경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인디나 소규모 공연문화가 체계적으로 조성돼 있지 않는 국내 현실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 연예산업이 미국이나 일본 시스템을 본받기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점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K-POP진단②]`기회와 위기` 경계에 서다 ☞[K-POP진단①]아시아 넘어 유럽·미국으로…비결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MAMA 여신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