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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시작 30분 후 = 이들은 모두 한마음이 됐다. 우는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백발의 노신사는 `역시`라고 말하는 듯한 감탄의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40대 아주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특유의 흥겨움으로 춤을 췄다. 20대 젊은 여성은 옆에 앉은 관객들과 어깨들 맞대고 아주머니들과 함께 형광봉을 흔들며 "오빠"를 연호했다. 스탠딩석은 애초 없었지만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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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레이저 조명과 축포 두 발 속에 무대를 가리고 있던 흰색 장막이 거치자 붉은 조명 속에 검은색 의상을 입은 조용필과 그의 밴드 `위대한 탄생`이 등장했다.
노래 `태양의 눈`으로 강렬한 사운드와 소름 끼치는 카리스마로 객석을 압도한 조용필은 `가왕`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해바라기` 무대에서 대형 스크린에 비친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있었다. 하지만 기타를 연주하며 열창하는 그의 모습은 이미 환갑을 넘긴 가수가 아니었다. 무대 위에 그는 단지 `조용필`인 것이었다. 이어 `어제 오늘 그리고`가 시작되자 넋을 잃고 있던 관객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하나 둘 노래를 따라부르고 장단에 맞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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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위대한 탄생`의 화려한 독주가 이어지는 동안 조용필은 빨간색 셔츠를 갈아입고 등장해 로맨틱한 무대를 예고했다. `장미꽃 불을 켜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낭만적인 곡들로 여성 팬들의 가슴을 울린 것.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관객들은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순간 현란한 기타 연주와 몽환적인 곡 `미지의 세계` 연주가 시작됐고, 하나였던 무대가 반으로 나뉘었다. 조용필과 기타, 베이스 연주자들이 있는 무대가 떨어져 나와 공연장 중앙까지 이동했다. 이어 무대는 다시 2층 높이까지 위로 솟구쳤고 뒤에 남아 있던 기타와 베이스 연주자들의 무대가 그 아래 중앙으로 이동돼 나왔다.
조용필 공연이 자랑하는 `무빙 스테이지` 였다. `무빙 스테이지`란 무대가 앞뒤 위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된 첨단 장비다. 관객석 머리 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무대는 공연장 전 좌석을 VIP석으로 만드는 효과를 가진 셈이다. 가슴을 쿵쾅쿵쾅 뛰게 하는 라이브 무대만의 감동이 극대화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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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은 무대 앞쪽에 있던 VIP좌석 팬들에게 "공연장 와서 무대 반대편 보신 것 처음이시죠"라고 너스레를 떤 뒤 곧 `큐`(Q), `그 겨울에 찻집`, `창밖의 여자`를 불렀다. 관객들은 두 팔을 흔들며 하나가 돼 노래를 따라부르는 소위 `떼창`으로 그의 뜨거운 열정에 화답했다.
그 밖에 `한오백년`, `돌아와요 부산항에`, `추억 속의 재회`, `나는 너 좋아`, 모나리자`, `청춘시대` 등 이번 공연에서 무려 26곡의 히트곡 메들리를 이어간 조용필은 앙코르곡 `친구여`를 마지막으로 장장 2시간 30분에 걸친 대공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조용필은 오는 6월4일 의정부 종합운동장, 6월11일 청주 종합운동장, 6월18일 창원 컨벤션센터, 9월24일 경주 종합운동장, 10월1일 성남 종합운동장, 11월19일 일산 킨텍스, 11월26일 부산 벡스코, 12월3일 대구 엑스코 등에서 전국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