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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류현진의 최악투를 모두 심판 탓, 혹은 2회 선두 타자 토리 헌터의 2루타 판정에 대한 비디오 판독 탓으로 돌릴 순 없었다. 이날 류현진은 전혀 류현진 답지 못했다.
류현진은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서 2.1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안타를 맞으며 7실점, 10승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만루에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다. 지난해 부터 이 경기 전까지 만루서 15타수1피안타에 불과했을 만큼 만루에 강한 선수였다. 피안타율이 6푼7리에 불과했다. 출루율, 장타율 모두 6푼7리였다.
삼진이 많았던 건 아니다. 삼진은 3개 정도였다. 타자를 선 채 돌려세웠던 것은 아니었다.
류현진은 지난해 30경기서 무려 26개의 병살타를 유도했다. 올 시즌도 16경기서 8개를 만들었다. 지난해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최강의 무기를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낮게 제구된 직구가 있으니 거기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는 타자들의 방망이가 힘을 싣지 못한 채 맥없이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디트로이트전은 달랐다. 류현진은 많은 주자를 허용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자신의 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끝내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 차례 병살타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미 버스가 떠난 뒤였다.
아빌라와 승부서 류현진은 5개의 공을 던졌는데 단 1개도 낮은 존에 넣지 못했다. 모두 높은 쪽에서 공이 놀았다. 안타를 맞은 공은 장기인 체인지업이었는데 4구째 슬라이더도 높았던 탓에 높은 존에서 가운데로 몰린 체인지업은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만루에서 안타를 맞은 상황도 그랬다. 1점을 내준 뒤 맞은 무사 만루. 류현진은 데이비스에게 유격수 내야 안타를 맞았다. 초구 바깥쪽 직구는 낮고 먼 쪽으로 향했지만 2구째 직구는 가운데로 몰리고 말았다. 초구가 나름 잘 들어갔기에 ‘체인지업을 썼다면’이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류현진이 자신의 장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계속된 만루 위기선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류현진의 폭투가 나왔다. 2구째 체인지업이었는데 어이없이 땅에 먼저 떨어지고 말았다. ‘낮게’라는 의식이 너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류현진답지 않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