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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이가 나가는 날이니까, 오늘은 이겨요.” 동료들의 두터운 믿음과 신뢰를 받고 있다. 그만큼 두산 유희관의 존재감이 시즌이 지날 수록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엔 한경기 개인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이닝이터, 나아가 팀의 토종 에이스 역할까지 해주고 있다.
유희관은 6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7.1이닝을 소화하며 6피안타 2사사구에 단 1실점(1자책)으로 막고 팀의 4-2 승리를 도왔다.
1위 삼성을 제압함과 동시에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던 승리였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삼성과 상대전적에서 5승5패 균형을 맞췄다. 또한 삼성을 3연패에 빠트린 두산은 4.5게임까지 승차도 좁혔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승리였다. 시즌 4승째를 챙겼고 개인 최다 이닝 기록도 0.1이닝 더 늘렸다.
1회 세타자를 뜬공으로 처리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유희관은 2회 첫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이승엽에게 우측 담장 깊숙히 흘러가는 장타를 얻어맞았다. 그러나 3루까지 노리는 이승엽을 우익수-2루수-3루수로 이어지는 완벽한 중계플레이로 잡아내 한숨을 돌렸다. 박석민에게 2루타, 채태인에게 볼넷을 연달아 내주며 흔들리던 유희관은 박한이를 상대로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가 볼카운트를 0B-2S로 유리하게 만든 뒤 결국 중견수 뜬공을 유도, 2아웃을 잡았다. 다음 타자 이지영의 직선타구는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스스로 잡아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유희관은 양의지의 도루저지가 곁들여지며 3회를 넘겼다. 4회, 이승엽과 채태인의 안타로 맞은 2사 1,2루 위기선 박한이의 2루수-유격수 사이로 빠질 뻔한 타구를 2루수 오재원이 외야 잔디까지 넘어가 잡아낸 뒤 2루로 뛰던 채태인을 잡아냈다. 이닝은 그대로 종료.
첫 실점은 6회였다. 4-0으로 앞서던 6회 선두타자 김상수에게 한 방을 얻어맞고 말았다. 볼카운트 2-2에서 직구(132km)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높은 쪽에 형성되면서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솔로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추가 실점없이 8회 1사까지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 유희관은 이후 최형우에게 내야안타를 뺏기며 다시 위기를 맞는듯 했으나 이승엽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한 숨을 돌린 뒤 박석민을 병살타로 솎아 이닝을 끝냈다.
특히 두산으로선 불펜에 약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7.1이닝을 효율적으로 소화해준 유희관의 호투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3연전 스윕을 노리는 두산에게 유희관의 호투는 단비 그 자체였다.
경기 후 유희관은 “수비의 도움이 컸다. 초반에 스트라이크 비율이 떨어지면서 볼넷이 많아 아쉬웠다. 위기에서 더 집중했고 수비의 도움, 도루도 잡아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김상수에게 홈런을 맞은 건 상대가 정말 찰 친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닝 소화해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유희관은 목표가 하나 생겼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던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목표가 원래 없었는데 오늘 하나 생겼다. 포스트시즌에서 꼭 던지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