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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63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시'(감독 이창동)는 올해 칸 경쟁 부문 진출작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한결같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실제로 '시'는 영화전문지가 영화제 기간 중 발간하는 데일리를 비롯, AP통신 등 해외 통신사와 프랑스 현지 언론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버라이어티' 데일리는 "'시'는 잔잔하지만 예민한 아픔을 중심에 놓고 있는 이야기"라며 "이창동 감독이 한국에서 가장 재능있는 작가이자 감독으로 명성을 굳히도록 해 줄 작품"이라고 평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도 "'시'는 공허한 현실을 바꾸는 대담한 영화"라고 평한 데 이어 여주인공 윤정희를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았다.
심지어 2007년 칸 영화제 당시 이창동 감독의 전작 '밀양'을 혹평했던 일간지 '니스 마탱' 조차도 "56세의 한 한국 감독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게 할 작품"이라며 이 감독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뒤집기도 했다.
그런 '시'가 정작 국내에서는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찬밥 대우를 받고 있어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해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사업에서 이 작품에 0점을 준 사실이 알려진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이 "'시'의 칸 영화제 수상은 예의 차원"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와 충격을 안겼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사안에 대해 영진위와 문화부는 각각 반박 입장을 취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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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는 '시'가 당시 서류 요건인 '시나리오'가 아닌 '트리트먼트'(시나리오의 줄거리 형태)로 제출돼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문화부는 "유 장관은 '시’의 각본상을 예의상 준 것이라 말한 적 없으며, 평가 절하한 적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이 감독은 서류 제출 시 시나리오 형식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담당자의 확인을 받고 트리트먼트로 제출했다"며 "이제 와서 서류요건 미비로 0점을 줬다는 영진위의 해명은 옹색하다"고 비판했다. 또,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확인 결과 총 7명의 기자 중 4명이 '예우차원에서 준 것 같다'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시'를 둘러싼 영진위의 지원사업과 유 장관의 발언 논란은 반박과 재반박이 꼬리를 물며 계속돼 무척 씁쓸한 모양새다. 사건의 진위가 어찌됐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영화가 정작 감독의 고국인 한국에서는 폄하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오는 8월 프랑스 개봉에 이어 10월에는 미국 관객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적지 않은 화제가 되고 있는 '시'가 이 감독의 바람대로 온전히 작품으로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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