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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중인 대표팀 투수들은 조금 마음이 더 급할 수 밖에 없다. 3월 초에 시작되는 대회에서 베스트 컨디션을 보이려면 보통의 시즌 준비 보다 일찍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어쩔 수 없는 부담감을 안게 된다.
WBC는 보다 튼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투수들의 팔 보호를 위한 투구수 제한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 등판하는 선발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공은 고작 65개 뿐이다.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호주와 대만 등 만만찮은 상대팀과 겨뤄야 하는 대표팀 투수들에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가급적 투구수를 아끼고 많은 이닝을 던져줘야만 투수 운영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특히 선발 투수가 오랜 이닝을 버텨주지 못하면 줄줄이 투수를 써야 하고, 그 여파는 결국 이후 경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즌 중이라면 선발 투수는 투구수 100개에 5,6회 정도를 머리에 그리고 등판한다. 하지만 WBC, 특히 1라운드는 이 투구수의 70% 정도만으로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공 하나 하나를 아낄 수 있는 제구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역 시절 제구력으로 첫 손 꼽혔던 송진우 한화 코치의 훈련법은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한번쯤 참고해 볼 만 하다. 막 시작된 불펜 피칭부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패턴이기 때문이다.
송 코치는 “현역 시절 초창기만 해도 제구력이 썩 좋은 투수는 아니었다. 제구 보다는 스피드를 올리는데만 신경썼다. 하지만 결국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제구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코 롱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 방법을 바꿨다”고 말했다.
송 코치가 훈련법에 변화를 준 것은 한국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들이 첫 선을 보인 1998년 이후다. 그들의 불펜 피칭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제구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깨닫게 됐다.
핵심은 불펜 투구 하나 하나에 의미를 담는 것. 첫 공부터 몸쪽 3개, 바깥쪽 3개, 그 다음은 변화구로 다시 바깥쪽 부터…하는 식으로 목표를 분명히 한 뒤 공을 던졌다.
송 코치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전체적인 훈련 방식이 똑같다. 자기가 자신 있는 바깥쪽을 쭉 던지다가 어느정도 된다 싶으면 몸쪽으로 들어간다. 그러다보면 공 하나의 절실함에 대해선 느끼기 어렵다. 의미 없이 던지는 공 갯수만 늘어난다. 집중력을 높이는데 약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몸을 풀기 위한 롱 토스 훈련을 한 뒤에도 제구에 신경쓰는 훈련을 반복했다. 롱 토스가 끝나면 바로 짐을 싸는 것이 아니라 15m 정도에서 50%의 힘만으로 던지며 제구를 잡는 훈련을 했다. 몸이 풀린 상태에서 가까운 거리를 힘 빼고 던지며 감을 익혔던 것이다.
국제대회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특히 WBC는 공 하나의 선택에 따라 팀 전체의 운명이 흔들릴 수도 있는 대회다. 무조건 송 코치와 같은 방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불펜에서부터 하나의 소홀함도 줄이겠다는 각오는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