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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장수 인기 예능 ‘런닝맨’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 내 시청자 게시판을 폐쇄했다.
10일 오전 현재 ‘런닝맨’ 공식 홈페이지 내 시청 소감 게시판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런닝맨’ 측은 “무분별한 욕설과 과도한 비방, 출연자 사칭 등 악성 댓글로 인해 시청자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린다”고 취지를 밝혔다.
‘런닝맨’ 제작진 측은 특정 출연진을 향한 악플이 아닌 프로그램 및 전체 출연진들 전반을 향한 악플 수위가 강해지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전소민을 향한 악플을 차단하기 위해 내린 조처가 아니겠냐는 해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런닝맨’ 출연진 중 한 명인 배우 전소민은 최근 도를 넘는 악플 세례로 홍역을 치렀다. 앞서 전소민은 지난 3월 ‘런닝맨’ 촬영 도중 컨디션 이상으로 병원을 방문했고 건강상의 문제로 활동을 잠시 중단한 바 있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6주 간 방송을 쉰 뒤 최근 복귀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전소민이 자신을 향한 악플을 견디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던지기도 했다.
이는 지난 4월 전소민의 남동생이 악플 피해 호소와 함께 해외 누리꾼들이 보낸 악플 메시지들을 공개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전소민은 지난 5월 31일 ‘런닝맨’에 다시 복귀했지만 방송이 끝난 직후 사칭 피해를 토로하기도 했다. 전소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런닝맨 톡방 댓글은 제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달라”며 “사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전소민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이 지속된게 게시판 폐쇄라는 초강수로까지 이어진 게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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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청자 게시판’의 존재로 불거진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들에게 ‘시청자 게시판’은 있으면 몸살, 없으면 막막함을 주는 ‘아픈 손가락’과도 같다.
우선 ‘시청자 게시판’은 프로그램 시청층과 관계 없는 이용자들의 유입이 심한 다른 일반 포털 사이트 댓글창, 톡방 댓글 반응들과 달리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해 접속해야만 게시글을 작성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방송을 꾸준히 시청하는 충성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창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제작진들이 방송과 관련한 주요 반응,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출연진을 둘러싼 논란, 프로그램 장소와 관련한 제보들을 받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출연진의 신상과 과거사를 무분별하게 폭로하거나 비방을 쏟아내는 ‘악플의 장’이 돼왔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구해줘 홈즈’에서는 일반인 출연자 부부가 불륜 커플이었다는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되자 예고 영상 삭제 및 방송분 편집 요구가 시청자 게시판에서 빗발쳤다. 그러나 이와 함께 논란이 된 출연자 부부의 신상을 까발리는 폭로글,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과 조롱이 이어져 도를 넘었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더 거슬러올라가서는 지난 2015년 KBS2 예능 ‘나를 돌아봐’ 제작진이 출연진이던 개그맨 장동민이 ‘여성 혐오’를 연상케 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뒤 악플 및 하차 요구로 뭇매를 맞자 시청자 게시판을 폐쇄했다.
‘시청자 게시판’ 폐쇄를 둔 누리꾼 및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한 누리꾼은 최근 ‘런닝맨’의 시청자 게시판 비공개를 두고 “도를 넘은 악플들이 문제가 된 것도 맞지만 이렇다 할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제작진 자의적으로 비공개를 결정한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 ‘일방적인 조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방송에 애정을 가져온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소통의 창구를 없애고 단절하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BS 측은 “시청자 게시판 비공개 전환은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를 위축시키는 악성 게시물이 노출되지 않게 하되 제작진과 시청자 간 소통 창구는 열어두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든든한 충성 시청자층이 ‘런닝맨’ 등 인기 예능이 장수할 수 있던 주된 비결이고 제작진이 중요히 귀 기울여할 존재인 건 맞지만, 변화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주려는 제작진, 출연진들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경우에는 어느 정도 용단도 필요하다”며 “특히 별다른 맥락 없이 출연진에게 가해지는 도를 넘는 폭로와 악플들은 강력히 제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